중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안 그래도 성장 부진을 겪고 있는 세계 자동차업계에 비상에 걸렸다.
중국 공장의 생산 중단 장기화 여파가 세계 자동차 시장에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자 부품 공급 거점으로 성장한 만큼 그 파급력이 세계 공급망에 흘러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생산된 자동차 수는 약 2570만 대로 10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완성차 공장 주변에 부품 공장이 모여들면서 거대한 생산 기지가 형성됐다. 수출도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2017년 중국의 자동차 부품 수출은 686억 달러(약 81조 2000억 원)였다. 지역별로는 대미 수출이 25%, 일본 10%, 한국 5%, 독일 5%를 차지했다.
일본의 경우, 2018년 중국에서의 자동차 부품 수입액은 약 370억 엔으로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생한 2002~2003년보다 10배 증가했다. 일본 회사들은 중국 현지 노동력 질을 향상시키는 등 투자도 늘렸다. 일본 최대 자동차업체인 도요타자동차는 “당장 대체 생산할 수 없는 품목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미국도 무풍지대가 아니다. 미국은 2018년 중국에서 110억 달러어치의 자동차 부품을 수입했다. 이는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엔진 부품 및 구동계 부품 등 수입 품목도 다양하다. 중국에서 직접 조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일본과 멕시코 부품 공장에서 2차 가공해 수입하는 것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 늘어난다.
미국 자동차업체 임원은 “부품 재고 여유분이 2개월 정도”라면서 “사태가 장기화하면 생산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현대자동차도 부품 공급 차질로 4일부터 국내 공장 3곳의 가동을 순차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울산 공장에서 고급차 ‘제네시스’ 생산라인의 가동을 중단했다. 최소 1주일 정도 생산이 중단될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세단과 SUV차량도 생산이 중단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부품 재고는 평균 1개월치다. 다만 품목에 따라 재고가 짧은 것은 1주일 정도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자동차 회사들은 재고를 확인해 대체 생산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중국은 신종 코로나 확산 차단을 위해 공장 휴업 조치를 9일까지 연장했다. 생산 재개가 예정대로 이뤄진다 해도 물류 인력 확보와 통관 인력 부족으로 수출이 가능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중국을 강타한 신종 코로나가 세계 자동차 시장으로 전염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