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저인플레 분석해보니…한은, 완화적 통화정책으론 한계

입력 2020-02-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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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스곡선 평탄화·인플레기대 안착·아마존 효과와 근로자 교섭력 약화·정책등 특이요인

인플레이션이 계속되고 있는 미국 경제상황을 분석한 결과 필립스곡선 평탄화 등 네가지 구조적요인 때문이라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이같은 상황은 한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경기요인에 초점을 맞춘 기존 완화적 통화정책으로는 물가를 끌어올리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봤다.

(한국은행)
(한국은행)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미국의 저인플레이션 관련 최근 논의 및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2009년 6월부터 확장국면에 진입한 미국경제는 성장세가 잠재수준을 웃돌고, 실업률도 매우 낮은 수준이나, 인플레이션율 만큼은 연준(Fed)의 장기목표치 2%를 하회하고 있다. 이는 △필립스곡선 평탄화 △인플레기대 안착 △전자상거래 확대 등과 노조 교섭력 약화 △공적 의료보험 정책 등 특이요인이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우선, 고용(실업)과 물가간 관계를 볼 수 있고, 전통적으로 역(-)의 관계로 알려진 필립스곡선 기울기가 2000년대 들어 0에 근접하고 있는 중이다. 분석가들에 따라 그 수치는 다르나 대체로 마이너스(-)0.1 수준에 그쳤다.

또, 연준이 2012년부터 물가목표제를 도입하고 물가안정을 더욱 명시적으로 도모하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 부근에 안착했다. 소위 아마존 효과로 불리는 전자상거래 확대로 온·오프 업체간 가격 경쟁이 심화했고, 근로자의 교섭력 약화에 따라 임금 상승이 제약됐다. 세계화 진전에 따라 가격이 저렴한 신흥국 제품이 미국 시장에 유입됐으며, 기술 발전이 단위노동 비용을 낮춤으로써 인플레를 제약했다.

이밖에도, 비경기적 특이요인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물가상승률에 대한 기여도측면에서 보면 금융위기 이전(2002~2007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경기민감(Cyclical)물가와 달리, 경기비민감(Acyclical)물가는 상당폭 축소됐다.

이는 경기비민감 물가에서 2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의료서비스 물가가 정책변경으로 인해 공적 의료보험 프로그램 지출이 줄어든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15년경엔 2%포인트, 2019년 중반경엔 0.5%포인트씩 각각 물가를 낮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보고서는 특이요인이 당분간 인플레이션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연준도 인플레 관련 커뮤니케이션시 근원물가상승률뿐만 아니라 특이요인을 제거한 절사평균 인플레이션(Trimmed mean inflation) 등 여타 기조적 인플레이션 지표들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한은 관계자는 “물가에 대한 경기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특히, 비경기적 요인 등 구조적 요인들이 상당히 영향을 미쳤다. 이런 내용들은 우리나라에도 적용될 수 있지 않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플레 다이나믹스가 달라졌다면 완화적 통화정책을 펴서 물가 수요압력을 높이고자 하는 등 과거와 같은 대응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중장기적 시계에서 저물가 지속 원인을 분석하고,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퍼스팩티브(관점)를 갖는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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