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IPO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수요 부진으로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든 기업이 속출하면서, 상장을 자진 철회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상장기업 수가 줄어들며 상반기 IPO시장 규모는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센코어테크와 메타넷엠플랫폼은 금융감독원에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 철회 의사를 밝혔다.
센코어테크의 경우 이번 달 9~10일 수요예측 일정이었지만 2월 말 코로나19 장세를 고려해 공모 일정을 전면 재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넷엠플랫폼은 이미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실시하고 9~10일 일반청약을 앞둔 상태였다. 지난달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유사기업(피어그룹) PER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공모 희망가를 책정하는 등 공모 성공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투심 부진을 끝내 이기지 못하고 철회 결정을 내렸다.
회사 측은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지만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을 고려해 잔여 일정을 취소한다”고 말했다.
투자 심리가 급속히 악화되면서 수요예측과 일반청약 과정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아든 기업도 속출했다. OLED 스마트폰용 FPCA(연성인쇄회로조립) 제조기업 엔피디는 지난달 25~26일 수요예측 결과 공모 밴드 하단인 54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했고, 일반청약 경쟁률도 32.65대 1로 마무리했다. 소부장(소재ㆍ부품ㆍ장비) 업종에 속해 공모 과정 당시 주목도가 높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아쉬운 결과다.
자동차 및 스마트폰용 3D커버글라스를 만드는 제이앤티씨도 일반청약 경쟁률이 3.48대 1에 그쳤다. 코로나19 국내 확산세가 거세지기 직전인 2월 초중순 상장을 진행한 다른 기업(레몬, 서남 등)들의 일반청약 경쟁률이 800대 1를 넘은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처럼 IPO시장에 대한 투심이 얼어붙은 건 기본적으로 전반적인 시장 침체 기조 때문이다. 공모기업 중 공모가 기준이 되는 피어그룹 주가가 대부분 가시적으로 하락하며 투심을 이끌 유인이 사라졌다. 여기에 기업설명회(IR) 취소 등으로 공모기업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가 없어졌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소중 SK증권 연구원은 “2월 중순부터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감으로 기관투자자와 기자 대상으로 진행되는 기업설명회가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상황이 발생했다”라며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 설명이 부재한 상황에서 기관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수요예측 및 청약에 참여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판단되며, 이는 공모가 책정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상반기 IPO 시장 위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설 연휴가 1월에 있던 탓에 2~3월 행을 택한 기업들이 많은 상황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파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IPO 시장의 2월 총 공모 조달 금액은 589억7000만 원으로, 전년 동기(1486억 원)에 비해 급감했다.
이 연구원은 “증시에 대한 코로나의 부정적인 영향이 지속된다면 3월 상장예정 기업들의 수요예측과 상장 후 주가는 다소 쉽지 않은 국면에 직면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