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기아차 쏘렌토는 완전변경 모델답게 많은 변화를 줬다.
앞모습을 보면 3세대 쏘렌토보다 셀토스가 떠오른다. 셀토스처럼 라디에이터 그릴과 LED 헤드램프를 연결해 좌우 폭이 넓어 보이고 입체감이 있다.
둘로 나뉜 세로 형태의 LED 램프가 자리한 뒷모습을 보면 텔루라이드와 현대차 팰리세이드가 떠오른다. 굵은 세로 선과 큼직한 레터링, 범퍼가 제법 잘 어울려 차체가 더 단단해 보인다. 헤드램프에서 시작된 선은 리어램프까지 연결돼 매끄러운 옆모습을 완성한다.
차체는 3세대 모델보다 조금 더 커졌다. 신형 쏘렌토는 길이(전장) x 너비(전폭) x 높이(전고)가 각각 4810㎜ x 1900㎜ x 1695㎜로 이전보다 각각 10㎜씩 크기를 키웠다. 축간거리(휠베이스)는 기존보다 35㎜ 더 길어진 2815㎜다. 같은 차급인 현대차 싼타페와 비교하면 길이와 축간거리가 10㎝씩 더 길다.
새로운 플랫폼을 바탕으로 실내공간을 키운 덕분에 충분한 2열 무릎 공간도 확보했다. 특히 6인승 모델은 2열을 독립시트로 구성해 뒷좌석 승객에게 더 편한 승차감을 준다.
3열은 대형 SUV만큼 여유롭지는 않다. 키가 180㎝인 성인이 앉으면 머리가 닿고 무릎 공간도 넉넉지는 않다. 하지만 쏘렌토의 차급을 고려하면 이 정도 공간은 준수하다. 2열 시트를 버튼 조작으로 쉽게 접을 수 있고, 3열에도 전용 공조장치를 마련해 편리하기까지 하다.
내부에는 12.3인치 클러스터와 10.25인치 내비게이션이 자리해 시원시원하다. 다이얼 방식의 전자식 변속기(SBW)는 버튼식보다 조작하기가 편하다. 기어 변속 시 시야를 아래로 돌리지 않아도 된다. 나파 가죽시트와 실내 소재는 조화를 이루고, 스티어링 휠에도 가죽 소재가 들어가 잡는 느낌도 좋다. 어두운 곳에서 켜지는 무드 라이트는 보통 직선 형태로 나타나는 것과 달리 넓은 비늘 모양으로 만들어져 신비한 느낌을 준다.
시승한 차는 스마트스트림 2.2리터 엔진을 얹은 디젤 모델이다.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0kgfㆍm의 힘을 내는 엔진에는 습식 8단 더블 클러치 변속기가 맞물린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디젤 특유의 소리와 함께 큰 차체가 부드럽게 앞으로 나간다. 소리가 크게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다. 브레이크 페달은 어느 정도 이상 밟아야 제동이 걸린다. 뻑뻑하지 않아서 익숙해지면 편하다. 저속 주행 시 가속 반응이 즉각적이진 않다. 시속 80㎞ 이상에서의 가속력은 준수하다. 시내와 고속도로를 약 80㎞ 오간 결과 연비는 13.3㎞로 기록됐다. 공인연비는 13㎞다.
시승한 날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 수준이라 쏘렌토가 갖춘 공기청정 기능도 시험할 수 있었다. 서울 도심에서 10분간 창문을 열어놓으니 실내 초미세먼지 농도가 1세제곱미터당 40마이크로그램까지 올라갔다. 창문을 모두 닫고 공기청정 기능을 작동시키자 3분 만에 초미세먼지 농도가 0으로 내려갔다. 생각보다 시간이 짧게 걸린다.
4세대 쏘렌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소비가 위축된 어려운 시기에 출시됐다. 그런데도 디젤 모델이 18일 동안의 사전계약 기간에 1만3491대 판매되며 소비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사전계약 고객의 58%는 기아차가 판매 목표로 설정한 30~40대였다. 4세대 쏘렌토의 공간 활용성과 편의성, 준수한 성능은 이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