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 3대 유종 중 하나인 WTI는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 시간 외 거래에서 전 거래일 대비 6% 이상 폭락해 배럴당 19.92달러까지 떨어졌다. WTI가 배럴당 20달러선이 무너진 건 2002년 2월 이후 처음이다. 또 다른 국제 유종 중 하나인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도 약 6% 내린 배럴당 23.03달러로 2002년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다. 코로나19 감염 확대에 유럽과 북미 대부분 지역에 광범위한 이동제한령이 내려지면서 국제유가는 최근 1개월간 50% 이상 하락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코로나19로 글로벌 원유 수요의 최대 25%가 증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동시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유가 전쟁’이 시장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 트레이더들은 세계 핵심 산유국인 사우디와 러시아가 증산에 나서면서 다음 달 공급초과분이 하루 2500만 배럴에 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우디와 러시아 모두 유가 전쟁에서 강경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사우디 에너지부는 지난 27일 러시아 측과 원유 감산이나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 동맹 확대를 논의한 일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두 나라가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는 관측을 일축한 것이다. 이런 입장 표명은 파벨 소로킨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이 “OPEC+만으로는 시장의 수급 균형을 확보할 수 없다”며 “더 많은 국가가 참여해야 한다”고 말한 지 수 시간 만에 나온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사우디 정부 발표는 양국 모두 장기적인 유가전쟁에 대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이들의 분쟁은 미국 셰일업체를 포함해 전 세계 석유산업을 다윈의 ‘적자생존’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FT는 시장이 조정될 때까지 유가가 계속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 상황을 되돌리려면 생산자들이 현대 석유산업에서는 볼 수 없었던 대규모의 감산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