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도피처로 활용되는 모양새다. 최근 확진자가 급증한 유럽, 미주를 피해 내국인 입국이 늘면서 국내 해외 유입 확진자도 급증세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30일 0시 기준으로 추가 확인된 코로나19 확진자 78명 중 29명이 해외 유입 사례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주차별 해외 유입 사례(의사환자 신고일 기준)는 올해 10주 차(4명)까지 한 자릿수에 머물렀으나 11주 차 19명, 12주 차 94명, 13주 차 312명으로 급증했다. 14주차에는 이날까지 20명이 확인돼 누계는 476명으로 늘었다.
최근 해외 유입 사례는 대부분 유럽과 미주로부터 입국 사례다. 국적별로 누적 해외 유입 확진자의 91.6%는 내국인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파른 유럽·미주를 피해 귀국한 사례가 대부분이다. 일평균 입국자 7500~8000명 중 외국인 비율은 10~15%에 불과하다. 다음 달 1일부터 14일 자가격리 대상이 단기 체류 외국인을 비롯한 모든 내·외국인으로 확대되면(거주지 없으면 본인부담 시설격리) 관광 등 단기 방문 외국인 입국이 감소해 전체 입국자는 일평균 7000명 내외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 모든 외국인에 대한 입국 거부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섣불리 입국제한 조치를 확대하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은 전날 “(우리 국민이) 어느 정도는 해외에 나갈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둬야 우리도 나가서 필수적인 일을 수행할 수 있고, 외국에서도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그 일을 함으로써 어느 정도 경제가 돌아가고 사회가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선 코로나19 방역이 사실상 전시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날 9시 기준으로 미국에선 13만9675명의 확진자(사망 2436명)가 발생했다. 9만7689명의 확진자가 나온 이탈리아에선 무려 1만779명이 숨졌다. 스페인(7만8797명, 사망 6528명), 독일(6만2095명, 사망 525명), 프랑스(4만174명, 사망 2606명) 등에서도 최근 확진자와 사망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유럽·미주로부터 내국인 유입은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현 상황에서 방역당국은 유증상 입국자 진단검사와 모든 입국자 자가격리를 통해 코로나19 해외 유입을 통제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 유증상자 신고가 매일 300~350건 정도이고, 그중 20~30명 정도가 확진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 정도의 격리와 검사를 진행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주춤했던 지역사회 감염은 서울·대구의 종교·요양시설을 중심으로 다시 증가세다. 서울 구로구 만민중앙성결교회에선 확진자가 23명으로 전날보다 10명 늘었으며, 이 중 2명이 금천구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확인돼 해당 콜센터 전 직원에 대해 자가격리 조치됐다. 대구 제2 미주병원에선 자가격리 중이던 환자·직원 58명이 추가 확진돼 확진자가 133명으로 늘었다.
정 본부장은 “잠복기간이 있기 때문에 아마 현재 음성이라 하더라도 2~3일 후에 양성으로 바뀔 수 있다”며 “환자나 종사자 중에서 추가 양성이 확인될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