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물경제 수직 하락, 기업활력 비상 대책을

입력 2020-03-31 17:41 수정 2020-03-3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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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의 충격에 따른 실물경제 마비가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2월 산업활동동향 자료부터 그렇다. 코로나 사태 초기인 2월 국내 경제의 생산·소비·투자가 급격히 줄었다.

전산업 생산이 전월대비 3.5% 감소해 2011년 2월(-3.7%) 이후 9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직격탄을 맞은 숙박·음식업(-18.1%) 등이 특히 부진하면서 서비스업이 3.5% 줄었다. 소비의 경우 소매판매가 6% 하락해 9년 만에 가장 저조했다. 운송업은 항공여객 -42.2%, 철도운송 -34.8%, 여행업 -45.6%로 고꾸라졌다. 의복소비와 자동차 판매도 22.4%씩 감소했다.

제조업 가동률도 추락했다. 2월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0.7%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69.9%)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래 먹거리를 위한 설비투자(-4.8%)와, 건설업체들의 시공실적인 건설기성(-3.4%)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멀어지는 상황이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99.8로 전달보다 0.7포인트(P) 낮아졌다. 11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기업들의 체감경기 또한 최악이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한 달 전보다 9P 하락한 56이었다. 2월보다 10P 떨어졌고, 2009년 2월 이후 최저치다. 4월 업황전망BSI는 54로 더 나빠질 것임을 예고한다. 낙폭으로도 한은이 통계를 집계한 2003년 이래 가장 크다. 자유낙하하는 실물경기 침체와 경제심리 위축이 단기간 내 회복될 희망을 찾기 어려운 게 문제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이 진정되기 이전에는 끝날 일이 아니다.

한국 경제가 과거 겪어보지 못한 최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각국의 국경봉쇄와 이동제한으로 글로벌 경제의 생태계를 떠받쳐온 공급사슬이 붕괴되면서 대외 교역에 기대 성장해온 우리 경제의 뿌리가 흔들린다. 정부 또한 비상한 대책을 동원하고 있다. 소상공인과 중소·중견기업 경영안정과 대기업 도산을 막기 위해 100조 원의 금융을 지원키로 했다. 한은도 사상 처음으로 무제한 양적완화에 나선다. 지원 계획이 기업 현장에서 곧바로 체감할 수 있도록 신속하고 원활하게 작동돼야 한다.

이것으로도 부족하다. 비상한 위기 극복을 위해 경기부양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급선무다. 생산과 수출, 소비기반의 붕괴로 인한 기업도산을 막고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금융지원으로 급한 불을 끌 수는 있겠지만, 기업의 활력을 살리기 위한 근본 대책이 나와야 한다. 기업을 옥죄는 불합리한 규제와 반(反)시장 정책의 철폐, 저생산·고비용 노동시장 구조 개혁, 투자 촉진을 위한 법인세율 인하 등을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지금 그걸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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