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비도 인건비도 들지 않으니 가격이 저렴한 것은 당연하다. 한우 값과의 비교는 의미가 없는 수준이고, 대략 한국에 수입되는 미국산, 호주산 소고기의 10분이 1 가격이다. 가격이 너무 싸서 ㎏ 단위 밑으로는 팔지도 않는다고 한다.
게다가 아르헨티나 소고기의 풍미는 지구에 사는 다른 소들은 찌그러져 있어야 할 수준이라고 한다. 오죽하면 “축구, 아사도, 와인은 아르헨티나의 열정”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아사도(Asado)는 아르헨티나 목동들이 즐겨 먹던 소갈비 구이다. 그저 고기에 소금과 후추를 뿌려 구워 먹는 단순한 요리이지만 특유의 부드럽고 담백한 육질 때문에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이 됐다.
그런데 대체 우리는 왜 이 군침 도는 고기를 맛볼 수 없는 것일까. 공식적인 이유는 가축전염병예방법 때문이다. 우리나라 현행법은 구제역이 발생한 국가를 수입 대상국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과 호주를 비롯해 뉴질랜드, 멕시코, 캐나다, 칠레, 우루과이 등 이외의 지역에서 생산된 소고기는 수입할 수 없다.
음모론도 있다. 미국이 한국 시장 잠식을 우려해 아르헨티나 소고기 수입금지를 유지하도록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라면 껌뻑 죽는 일본이 아르헨티나 소고기를 수입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딘가 어색하다.
운송비가 비싸 한국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이 역시 중국 최대 쇼핑 행사인 광군제 당시 1만 마리의 아르헨티나 소고기가 1분 만에 매진됐던 선례를 보면 뭔가 석연찮다.
프로 육식러들 사이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정설로 떠돈다. 한국 정부가 아르헨티나에 ‘까였다’는 풍문이다. 내용은 이렇다. 10여 년 전 구제역이 발생해 홍역을 치른 뒤 장기간 추가 발병이 없자, 아르헨티나 측에서 우리나라에 소고기를 수입할 생각이 있는지를 타진했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한국에 수출하려면 검역을 통과해야 한다고 퉁을 놨다. 그러자 아르헨티나 측이 “고기 맛도 모르는 너님이 뭔데 아사도를 평가해? 미친 거 아님?”이라며 “앞으로 한국과는 손절”이라고 선언했다는 것이다.
난데없이 아르헨티나 소고기를 떠올리게 된 것은 요즘 문재인 대통령의 전화통에 불이 난 청와대를 보고 있자니 우리도 한 번쯤 배짱을 부려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다.
한국산 진단키트를 거절했다가 대국민 사과까지 한 뒤 뒤늦게 문 대통령에게 매달린 덴마크, 당국의 승인절차 지연으로 한국산 키트를 다른 나라에 빼앗기게 됐다는 폭로로 궁지에 몰린 영국 등 이제 일일이 거론하기도 숨이 찰 지경이 되고 있다.
사람의 생명이 걸린 일이니 당연히 안 될 일이지만, 마음 한구석에 ‘밑천 다 드러난 홍인들 버르장머리 이참에 좀 고쳐주면 안 되나’라는 마음도 품게 된다. 한국인들 가둬놓고 방치하거나 심지어 지나가는 학생을 이유 없이 폭행해 놓고 사과 한마디 없이 진단키트에다 휴지와 라면까지 보내 달라는 나라들도 있으니 말이다. 인도적 지원을 거래로 삼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하더라도,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문 대통령이 상대국 정상에게 다짐을 받는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직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지 않은 나라 중에는 쪼는 맛이 일품인 나라가 남았다. 물론 일본이다. 아마 지금쯤 아베 신조 총리는 도와달라고 해야 하는데 차마 입이 안 떨어져 전화기만 만지작대고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상대가 양아치 짓을 한다고 같은 짓을 하면 똑같은 소인배일 뿐이다. 다만 일본만큼은 요즘 웃을 일 별로 없는 국민 위로 차원에서 한 번쯤 질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다. 혹시라도 선거 하루 전날 아베가 전화를 걸어오기라도 한다면 그나마 정무적 눈치는 있는 편이니 굳이 심한 말은 안 해도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