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생명의 위대함을 느끼게 해주는 식물 중의 하나가 개나리가 아닐까 합니다. 진달래와 함께 너무나 흔해서 평범해 보이는 개나리입니다. 평범하다 못해 가을에 잎이 지고 나서 회색빛 가지 덤불만 남으면 죽은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초라한 모습입니다. 더구나 회색 시멘트가 발라진 언덕 위나, 뭔가 좀 깨끗해 보이지 않는 곳에 심어지는 경우가 많아 천대받는 느낌까지 드는 개나리입니다.
이런 개나리가 봄이 되면 어떤 꽃도 따라올 수 없는 밝은색과 풍성함으로 주변을 빛내 줍니다. 가장 초라한 모습에서 가장 화려한 모습으로 변신하는 놀라움을 보여줍니다. 아마도 개나리의 생존 전략을 아시게 되면 좀 더 놀라실 겁니다. 아직 곳곳에 남아있는 활짝 핀 개나리꽃을 한 번 자세히 들여다보시길 권해드립니다. 한 곳에서만 말고 좀 떨어진 다른 곳에서도 다시 한 번 자세히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개나리꽃을 이곳저곳에서 자세히 관찰하면 사실은 꽃이 한 가지 모양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어떤 곳에 자라는 개나리의 꽃은 모두 다 수술이 암술보다 길고, 어떤 곳에 자라는 것들은 암술이 수술보다 짧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그 뒤에는 개나리의 종족 보존과 발전을 위한 놀라운 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아마도 식물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고 해도 개나리에 열매가 달리는 것을 잘 보지 못하셨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개나리가 같은 모양의 꽃만 있어서는 열매를 맺기 위한 수분과 수정을 못 하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얘기한 암술이 수술보다 긴 꽃을 ‘장주화’라고 하고 암술이 수술보다 짧은 꽃을 ‘단주화’라고 합니다. 그런데 한 나무에는 모두 장주화만 달리고, 다른 나무에는 모두 단주화만 달립니다. 장주화 나무와 단주화 나무가 모두 가까이에 있어야만 비로소 꽃가루를 서로 주고받아 수정되고 열매를 맺을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을 과학적으로는 이화주성(二花柱性)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아예 서로 다른 나무를 만나야만 후손을 남길 수 있게 될 때 장점은 새로운 유전자를 받아 자기보다 좀 더 발전된 자손을 남길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오히려 더 퇴보한 유전자 조합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퇴보의 위험을 무릅쓰고 발전된 후손을 남길 가능성을 찾는 것입니다.
그런데 장주화 나무와 단주화 나무가 가까이에서 자라고 있을 가능성이 낮은 탓에 열매가 잘 맺히지 못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발전한 후손을 남기려다 오히려 손이 귀해지는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이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또 다른 놀라운 전략을 개나리는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기 몸이 땅에 닿으면 새로운 식물체로 자라는 특성입니다. 그러니까 개나리는 어렵더라도 새롭게 발전한 후손을 남기려는 노력과 동시에 유전자의 변화는 없지만 안전하게 후손의 숫자를 확보할 수 있는 노력 두 가지를 모두 다 하는 것입니다.
아직도 코로나19 사태는 쉽사리 종료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학교가 개학을 못 하고 있어 학생들은 학습권을 침해받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이러한 상황에 필요한 것이 개나리의 양동 전략과 같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과거의 경험에 머물러 있다 보니 당연히 대면 수업이 학습효과가 더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온라인 수업에도 적응하고 학습 효과를 높이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보고자 합니다. 이미 많은 선생님이 그런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의 적응과 노력도 필요하지만, 대면 수업의 장점을 유지할 방안과 온라인 수업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국가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현재 대학 교육에서는 온라인 교육 시스템 구축을 전적으로 대학 자체에 맡기고 있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개나리처럼 국가의 지속적인 발전 혹은 안정적 유지라는 두 가지 전략 목표 모두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교육 시스템 구축을 지금이라도 국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