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중국 최고 정치자문들이 모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에서 “우리는 시장의 맹목성을 무시해서는 안 되며, 계획경제의 옛길로 되돌아가서도 안 된다는 데 서로 뜻을 같이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시장이 경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시 주석의 이러한 발언은 무역에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슈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실제로 미 백악관은 이번 주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경제적 보호주의에 대한 우려를 포함해 중국 경제와 군사 정책에 대한 광범위한 비난을 쏟아냈다.
이날 시 주석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경제에 상당한 압력을 가했음을 인정했다. 그는 깊어지는 세계 불황을 포함해 무역 투자의 현저한 감소, 금융시장의 혼란, 국제 교류 감소,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 코로나19에 따른 여러 위험을 열거했다. 그러면서도 “국가는 점점 더 불안정해지고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세상 속에서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중국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신중국 건국 이래 처음으로 올해 구체적인 경제 성장률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수십 년간 중국은 매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해왔는데, 올해는 1분기 경제성장률이 근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대내외 여건이 좋지 않은 탓에 오랜 관행을 깨트린 것으로 보인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이에 대해 전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 정부 업무보고에서 “코로나19 사태 여파, 세계 경제 및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성장률을 예측하기 힘들다”며 “성장률 목표를 제시하지 않은 것이 경제 성장을 포기한 것은 아니며, 질적 경제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이 최근 ‘홍콩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제정 추진에 나서면서, 서방 국가들 사이에서 이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전인대에 제출된 홍콩보안법은 홍콩에서의 반역과 내란 선동 등의 행위를 처벌하고, 홍콩에 보안법 집행을 위한 기관을 마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일국양제 원칙에 의해 홍콩의 법률은 기본적으로 홍콩 의회인 입법회를 통해 제정되나, 중국 의회 격인 전인대는 국방 및 외교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뒤 이를 홍콩기본법 부칙에 삽입할 권한이 있다. 이에 대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일방적이며 제멋대로 홍콩에 국가보안법을 제정하려는 중국 전인대의 제의를 규탄한다”며 “미국은 중국이 형편없는 제안을 재고하고, 국제적 의무를 준수하면서 홍콩의 자치권과 민주적인 제도, 그리고 시민적 자유를 존중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