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검출 당뇨병약 '메트포르민' 26만명 복용중…'대란' 재현될까

입력 2020-05-2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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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중인 288품목의 10%인 31품목 그쳐…발사르탄ㆍ라니티딘 사태 대비 혼란 덜할 듯

당뇨병 치료제인 '메트포르민' 성분 의약품 일부에서 발암유발 우려 물질이 검출되면서 일부 품목의 제조·판매가 잠정 중단됐다. 다만, 앞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발사르탄이나 라니티딘 사태보다 혼란은 비교적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제조 메트포르민 의약품 31품목에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잠정관리기준을 초과해 제조·판매를 잠정 중지하고 처방을 제한했다고 26일 밝혔다. NDMA는 세계보건기구(WHO) 국제 암연구소(IARC)가 사람에게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물질이다. 메트포르민은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으로 혈당 조절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제2형 당뇨병을 치료하기 위한 약에 사용된다.

식약처는 지난해 12월 싱가포르 보건과학청(HSA)이 메트포르민 함유 의약품에서 미량의 NDMA가 검출돼 회수한다고 발표한 후 국내 제조에 사용 중인 원료의약품과 제조 및 수입 완제의약품의 불순물 조사에 착수했다. 장장 5개월에 걸친 조사 결과, 완제의약품 가운데 국내제품 254품목 중 31품목에서 NDMA가 잠정관리기준을 초과한 것을 확인하고 이번 조치를 내렸다. 수입제품 34품목과 완제의약품 제조에 사용된 원료의약품 973개 제조번호는 모두 잠정관리기준 이하였다.

제조·판매가 잠정 중단된 31품목을 복용 중인 환자 수는 25일 0시 기준 총 26만2466명으로 집계됐다. 시장 규모는 228억 원으로 유한양행, 한미약품, 대웅제약, 제일약품, JW중외제약 등 주요 제약사들의 품목이 포함된다. 정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안전사용정보시스템(DUR)을 통해 처방·조제를 차단하고, 건강보험 급여 적용도 정지했다.

이번 조치에 따른 파장은 2018년 발사르탄 사태나 지난해 라니티딘 사태에 비해서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발사르탄 의약품은 NDMA 검출로 175품목이 판매중지됐으며, 라니티딘 의약품은 269개 전 품목이 판매중지돼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반면, 이번에 판매 중지된 메트포르민 의약품은 실제 유통 중인 총 288개 품목의 약 10% 규모다. 시장 규모도 국내 메트포르민 성분 완제의약품 전체 품목의 지난해 생산·수입실적 약 3745억 원 가운데 10% 미만이다.

발암물질 검출량이 미량이란 점도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의약품 복용으로 인해 추가로 암이 발생할 가능성은 10만 명 중 0.21명으로 매우 낮다.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는 추가 암 발생 가능성이 10만 명 가운데 1명 이하일 경우 무시 가능한 수준이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발사르탄의 추가 암 발생 가능성은 10만 명 중 0.5명이었다.

식약처 관계자는 "초과 검출된 의약품을 장기간 복용했더라도 인체에 미치는 위해 우려는 거의 없다"면서 "의·약사의 상담 없이 현재 처방받은 의약품의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잠정 판매 중단에 따라 31개 품목을 생산하는 22개 제약사는 매출 축소가 불가피하다. DUR에서 차단되면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되는데, 처방이 재개되더라도 이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제약사 관계자는 "해당 품목의 비중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시적인 매출 감소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원료를 바꾸는 등의 과정에서도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월 메트포르민 성분 10개 품목을 조사, 2개 품목에서 소량의 NDMA를 검출했지만 별도의 조치는 없었다. 유럽의약품청(EMA)도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캐나다에서는 3개 제약사가 메트포르민 제제의 자진 회수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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