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초자산의 급등락을 유발하는 등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강송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29일 “ETF 등 패시브 투자상품 확대가 시장 변동성을 키운다는 우려가 몇 년째 지속되고 있다”며 “이번 코로나 사태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는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1분기 말 기준 글로벌 ETF 시장 규모는 5.3조달러로 매년 20% 이상씩 증가했다”며 “동시에 추적하는 상품의 범위와 다양성, 추적하는 기초자산이 속한 시장에서의 중요도 등 모든 측면에서 이전보다 크게 성장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내 ETF 자산규모는 4월 말 기준 46조 원으로 주식시장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가 안되지만 거래 비중은 이보다 훨씬 높다”며 “3월에는 하루 평균 7조원 이상 거래되면서 코스피, 코스닥 거래대금의 40%에 육박하는 등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 연구원은 “ETF는 특정 자산으로 쏠림을 쉽게해 미래 변동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기초자산 가격을 추적만 하는 게 아니라 기초자산 가격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추적하는 기초자산이 비유동적이거나, 기초자산 시장에서 비중이 높을 때 위험이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또 “올해 4월 마이너스 유가 사태도 ETF가 기초자산의 급격한 등락을 유발한 사례로 볼 수 있다”며 “물론 유가 하락의 근본 원인은 코로나로 인한 수요 부진과 가격 전쟁이 유발한 공급 과잉이지만 ETF가 변동성을 키웠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ETF로 인한 쏠림은 하락 트리거가 있을 때 변동성 확대를 유발할 수 있다”며 “국내에서 인버스와 레버리지 거래가 크게 늘고 있는 데, 이는 종가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시장 위험 확대는 앞으로 계속 고민해야 할 주제”라고 짚었다.
마지막으로 “최근의 사례를 보면 부작용도 속속 관찰되는데 2018년 이후론 거래 증가를 동반한 시장 급락이 더 자주 나타나고 있다”며 “ETF 성장세가 지속되고,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측면이 있다면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더 자주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