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이 일주일 새 수백만, 수천만원 씩 뛰는데도 보려는 대기자가 줄을 설 정도로 물건이 귀합니다. 하남 교산신도시(수도권 3기 신도시) 청약 1순위 자격 요건을 얻으려는 대기수요에 미사강변도시 일대나 구시가지 모두 전세 물건이 없긴 마찬가지입니다."(경기도 하남시 풍산동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
경기도 하남시 아파트 전세시장이 들끓고 있다. 전세를 찾는 수요가 많아 부르는 게 값일 정도다. 현지 중개업계에선 '3기 신도시 효과'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하남시 덕풍동 한 공인중개사는 "3기 신도시인 교산신도시가 정부의 사전 청약제 시행 지역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금 당장 하남으로 이사하면 청약시 거주 요건을 채울 수 있다고 판단한 내집 마련 수요자들의 조기 전입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하남으로 이사오려는 수요는 많은데 전세 물건이 없다 보니 일대 전세시장이 들썩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주 하남시 아파트 전세가격은 0.31% 올랐다. 전주(0.44%)보다는 오름폭이 줄었지만 경기권에선 안산 단원구(0.37%)와 용인 기흥구(0.34%)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상승세다. 경기도 전체 전셋값 변동률(0.12%)도 크게 뛰어 넘는 수치다.
하남시 풍산동 '미사강변 더샵 센트럴포레' 전용면적 84㎡형 현재 전세 시세는 5억5000만 원 선이다. 지난 3월까지 최고 5억 원에 거래되던 전셋값이 두달 새 5000만 원 뛰었다.
신장동 '하남 유니온시티 에일린의뜰' 전용 74㎡형 전셋값 최근 5억 원까지 치솟았다. 이 아파트의 올해 최고 전세보증금(4억5000만 원)보다 무려 5000만 원 비싸다. 초ㆍ중ㆍ고교를 모두 끼고 있는 신정동 '은행아파트' 전용 102㎡형은 올해 초만에도 3억5000만 원 수준에서 전세 거래됐지만 현재 호가는 4억2000만 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인근 D공인 관계자는 "서울 강동구 고덕지구 새 아파트 입주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가격이 다소 싼 하남지역으로 전세 수요가 옮겨오고 있다"면서도 "하남지역의 최근 아파트 전셋값 급등세는 교산신도시의 청약 대기수요 유입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교산신도시는 3기 신도시 가운데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 과천신도시와 함께 알짜 지역으로 꼽힌다. 이곳엔 총 3만2000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신장동 H공인 관계자는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의 청약 우선순위 거주 요건이 1년에서 2년으로 강화된데다 3기 신도시 아파트 분양 때 사전 청약제 시행이 예고되면서 전세 찾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달 초 3기 신도시 일부 지역의 경우 본분양 전에 사전 청약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사전 청약제는 본청약 1∼2년 전에 일부 물량에 대해 앞당겨 청약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시장에선 정부가 비싼 서울 집을 사기보다 조기 분양을 통해 3기 신도시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으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분석한다. 사전 청약제를 실시하는 지역으로 교산과 왕숙신도시 등이 꼽히고 있다.
3기 신도시가 포함된 지역의 아파트 전셋값은 최근 대체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왕숙신도시가 들어서는 남양주시와 대장신도시가 조성되는 부천시는 지난주 각각 0.06%씩 올랐다. 계양신도시가 들어서는 인천 계양구도 0.05% 상승했다. 하지만 하남시 전셋값 상승률에는 못미친다.
업계에선 하남 교산신도시에 청약 대기수요가 집중되는 건 지하철 5호선 연장선이 올해 개통을 앞두고 있는 데다 서울 강남이 인접하는 입지적 강점 때문으로 보고 있다. 또 국토교통부가 최근 하남시청역을 서울 송파 방면으로 연결하는 교통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강남 접근성은 한결 좋아질 전망이다. 하남에서 강남과 잠실까지 30분 내에 출퇴근이 가능토록 한다는 게 국토부의 계획이다.
시장에선 교산신도시 입주 시점(2024년)과 하남~송파 도시철도 개통 시점(2028년)이 4년이라는 시차가 발생한다고 해도 서울 접근성에 대한 기대감에 수요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로또 단지'로 통하는 3기 신도시 아파트를 사전 청약을 통해 분양받으려는 수요자들의 하남시 유입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여 일대 전세시장은 더 불안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