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한국 수출이 2개월 연속 두 자릿수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다만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증가세로 전환되면서 선방한 점과 진단키트와 비대면 용품의 수출 호조세는 그나마 위안거리다. 수출이 급감했지만 유가 하락 등 여파로 수입액도 크게 준 탓에 무역수지는 한 달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5월 수출액이 348억6000만 달러를 기록, 작년 같은 달보다 23.7%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1일 밝혔다.
지난달 수출은 전달에 이어 코로나19 영향 지속으로 글로벌 수요가 급감하고 전년 대비 1.5일의 조업일수가 줄어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4월 -25.1%에 이어 2개월 연속 20%대 마이너스다.
수입은 21.1% 하락한 344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입은 4월 15.8% 감소에서 지난달 감소 폭이 더 확대됐다. 유가 하락 등 여파로 원유(-68.4%), 석탄(-36.1%), 가스(-9.1%) 등 에너지 수입의 감소가 5월 전체 수입 감소를 이끌었다. 반면, 반도체 제조 장비(167.8%) 등 반도체 관련 수입은 늘었다.
수출 감소 폭이 다소 개선되고 수입 감소 폭이 늘면서 4월 99개월 만에 적자를 기록한 무역수지는 한 달 만에 4억4000만 달러 흑자로 돌아섰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체 수입은 감소했지만 반도체 제조 장비를 포함한 자본재 수입은 오히려 9.1% 증가했다"며 "이는 우리 기업이 정상적인 생산활동을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수출 품목별로 보면 수입국의 경기 변동에 가장 빠르게 반응하는 자동차 수출이 54.1%나 급감했다. 차 부품(-66.7%), 섬유(-43.5%) 등도 크게 줄면서 전체 수출 부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유가 하락 등의 여파로 석유제품(-69.9%) 수출도 큰 폭으로 줄었다.
반면 우리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선전했다. 반도체는 글로벌 조사기관들의 시장 하향 전망에도 18개월 만에 총수출(7.1%)과 일평균 수출(14.5%) 모두 플러스로 전환했다.
또한 진단키트 등 바이오 헬스 수출도 59.4% 급증했고, 비대면 경제 활성화로 컴퓨터 수출도 82.7% 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유망산업으로 떠올랐다. 이와 함께 가공식품(26.6%), 진공청소기(33.7%) 등 '홈코노미'와 관련된 수출도 호조를 보였다.
지역별로 보면 대중국 수출은 한 자릿수대 감소율(-2.8%)을 기록해 코로나19 이전 모습으로 회복하는 모습이다. 반면 미국(-29.3%), EU(-25.0%), 아세안(-30.2%) 등 지역은 여전히 큰 폭의 마이너스를 보인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최근 수출 부진은 우리나라 경쟁력 약화 등 구조적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주요 수입국의 경기가 회복될 경우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대중 수출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복귀한 점을 볼 때 미국과 EU 등 다른 국가로로의 수출도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정상 수준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급변하고 있는 글로벌 교역환경 선도를 위해 신성장산업인 비대면·홈코노미·K-방역산업 등을 적극 육성하고 신뢰성과 회복 탄력성이 높은 글로벌 밸류체인(GVC)을 구축할 계획"이라며 "우리 기업의 유턴 활성화와 첨단산업 유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