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3개월만에 1200원을 밑돌았다. 1200원은 그간 우리 경제에서 위기 신호 레벨이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다만, 전문가들은 원·달러가 추가 하락하긴 어렵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빚어진 실물경제 우려가 여전하다는 이유에서다.
이같은 하락세는 우선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호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지난주 미국에서 발표된 5월 비농업부문 신규고용은 250만9000명 늘었다. 감소할 것이라는 시장 예측치를 크게 벗어난 것이다. 실업률도 13.3%로 전월(14.7%)보다 줄었다. 이같은 자신감에 뉴욕시는 1단계 경제 정상화를 개시했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미국내 시위가 격해지면서, 미·중(G2)간 갈등이 소강상태로 접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위안화도 약세(절하)를 되돌림하는 중이다. 이날(9일) 인민은행이 고시한 위안화는 7.0711위안으로 지난달 6일(7.069 위안) 이후 한달만에 최저치(절상)를 기록했다. 최근, 위안화는 7거래일째 하락(고시환율 기준)하고 있다.
최근 유럽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공동기금채권과 유럽중앙은행(ECB) 국채매입 등 조치가 이뤄지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같은 조치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유로화 강세, 달러화 약세를 보이면서 원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증시와 자산가격 부문에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G2 분쟁이 미국 흑인 사망관련 시위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고, 어렵다고 본 유로존의 코로나19 공동대응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전반적인 위험선호 현상과 함께 대내적으로는 대규모 선박 수주 소식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서 카타르는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3사와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 도크 슬롯 예약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는 최근 실제 선박수주 소식으로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3~4월 중 달러화는 안전자산 프리미엄을 반영해 강세를 보였다. 최근 아시아시장까지 리스크온(위험선호) 분위기가 퍼지면서 달러매수 포지션을 스퀘어로 돌리려는 움직임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대규모 중공업 수주 기대감도 있어 달러약세 분위기에 맞춰 (환율을) 밀어보자는 심리도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1160원대 후반에서 1170원대 중반까지 갭이 있다. 유동성 기대감도 있어 원·달러는 1170원까지 열어두고 있다”면서도 “실물 경제가 아직 뒷받침되고 있지 않다. 미국이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미중간 이슈가 재부각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차기 대권에서 민주당이 당선될 경우 증세우려도 있다. 백신 개발이 안된 상태에서 추워지면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도 있다”고 봤다.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미중 갈등이 봉합보다는 소강상태다. 관세나 제재 등 새로운 카드가 나올 경우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유럽과 미국이 경제봉쇄를 풀고 있는 상황에서 무난히 정상화될 것인가도 큰 요인이다. 2차 팬데믹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달러화 안전자산 프리미엄 조정이 끝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민경원 연구원은 “신흥국의 달러조달 스트레스가 낮아지지 않고 있다. 달러화의 안전자산 프리미엄 조정이 끝나면 신흥국 통화 위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