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에 글로벌 경제와 시장이 전례 없는 ‘그레이트 디커플링(Great Decoupling·엄청난 비동조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실물경제 회복세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U자형’이나 ‘L자형’의 미지근한 회복이나 경기침체 장기화를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V자형’ 회복세가 뚜렷하다. 이에 대해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경기회복 기대감과 각국 정부·중앙은행의 공격적인 재정·통화정책이 낙관론을 부추기면서 경제와 시장의 비동조화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고 9일 진단했다.
세계은행(WB)은 이날 발표한 최신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5.2%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 1월만 해도 WB는 올해 세계 경제가 2.5% 플러스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반년 만에 무려 7.7%포인트나 낮춘 것이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이자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의 -1.8%보다 약 세 배나 악화한 것이다.
WB는 2개의 다른 시나리오도 제시했는데 경제활동 재개가 대부분 국가에서 단기간 이뤄졌을 경우 올해 성장률이 -4%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해 이동 제한 조치가 다시 취해져야 할 때는 -8%로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WB는 “자료 분석 시작점인 1870년 이후 1914년과 1930~1932년, 1945~1946년에 이어 네 번째로 극심한 경기침체가 될 것”이라며 “특히 183개 조사 대상국 중 90% 이상이 1인당 생산량 감소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는 1870년 이래 그 비율이 가장 높다”고 경종을 울렸다.
세일라 파자르바시오글루 WB 부총재는 “150년 만에 처음으로 ‘팬데믹’이라는 단 하나의 요인으로 경기침체가 일어났다”며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경제전망이 더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WB는 내년에는 경제성장률이 4.2%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월의 3.3%에서 6.3%포인트 떨어진 -3.0%로 제시했다. WB는 시장환율을 기준으로 하고, IMF는 구매력평가(PPP) 모형을 적용해 성장률 전망을 산출해 두 기구의 전망치에 차이가 난다. 그러나 WB 분석에 IMF 기준을 적용해도 전망치는 -4.1%로 여전히 낮다. 이는 그만큼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상황 악화가 심각함을 나타낸다.
미국 유력 경제학자들로 구성된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경기순환위원회도 이날 “미국이 지난 2월 공식적으로 경기침체에 진입, 미국 역사상 가장 길었던 128개월의 확장 국면이 종료됐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양대 국제금융기구와 전문가들의 경제전망은 암울하기 짝이 없는데도 글로벌 증시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전 세계 주가를 종합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의 올컨트리월드인덱스(ACWI)는 3개월 반 만에 연중 최고치 대비 90% 이상 회복했다. 이는 과거 위기와 비교하면 이례적인 속도다. 2000년 닷컴버블 붕괴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주가가 이전 고점으로 회복하기까지 6년 이상이 걸렸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의 대폭적인 개선과 더불어 뉴욕시가 이날 1단계 경제정상화 조치에 들어가는 등 경제활동 재개가 갈수록 활발해지는 것이 투자심리를 지탱하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대규모 경제지원 대책도 증시 랠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IMF에 따르면 현재 주요 20개국(G20)의 재정투입(대출·정부 보증 제외)은 국내총생산(GDP)의 4.6%에 달해 금융위기 당시인 2008~2010년 3년간의 총 4.3%를 웃돌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총자산은 현재 7조973억 달러로 3개월 만에 3조 달러 가까이 팽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