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사망자 자녀를 특별채용하도록 한 단체협약 규정 적법한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대법원은 17일 대법정에서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A 씨의 유족이 현대·기아자동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A 씨의 유족들은 단체협약 규정을 근거로 자녀 1명을 채용해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단체협약은 노동조합원이 산업재해로 사망하면 결격사유가 없는 직계가족 1명에 대해 요청일로부터 6개월 내에 특별채용하도록 규정했다.
1·2심은 이 규정이 사용자의 채용 자유를 제한하고 취업기회 제공의 평등에 반한다는 등의 이유로 무효로 판단했다. 대법원에 상고가 접수된 지 3년9개월 만에 공개변론이 진행됐다.
유족 측 대리인은 “민사상 손해배상은 산업재해 사망자 유족의 생계를 보장하기 부족하다”며 해당 규정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의 관점에서 공정 개념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또 “단체협약은 평화적인 교섭과 투쟁에 따른 협약 자치의 결과물”이라며 “선량한 풍속, 사회질서의 한계를 명백히 일탈하지 않는 한 단체협약은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회사 측은 고용세습 조항은 이른바 ‘부모 찬스’를 사용해 양질의 일자리를 대물림하는 것으로 공정성을 훼손한다고 반박했다. 유족에게는 다른 지원책을 통해 구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 대리인은 “단체협약이 이뤄진 25년 전과 다르다”며 “부모가 노조원이었다는 지위는 본인의 노력과 무관하고 오히려 청년 구직자를 차별하고 있으므로 헌법위반으로 무효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권오신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고용세습 등 반노동조합 정서가 실린 여론 등을 근거로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을 무효화하는 것은 국가 책임을 산재유족에게 전가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달휴 경북대 법학전문 대학원 교수는 “고용할 필요가 없는 경우에도 유족을 채용해야 해 계약체결의 자유와 상대방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의견을 냈다.
대법원은 공개변론 내용을 검토해 최종 선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