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동남아 국가들이 국내시장에서 큰손으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중앙은행 등이 주요자산을 국내 채권이나 주식으로 운용한 때문이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말 지역별·통화별 국제투자대조표 잠정’ 자료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내국인의 해외투자 중 미국에 대한 투자가 4131억달러를 기록해 가장 많았다. 이는 준비자산(외환보유액)을 제외한 우리나라의 대외금융자산 잔액(1조2909억달러) 대비 32.0%를 차지하는 것이다. 이어 EU(2481억달러, 19.2%)와 동남아(1685억달러, 13.1%) 순이었다.
전년말대비 증가규모도 미국이 631억달러로 가장 많았다. 이어 EU(417억달러)와 호주와 몰타 등 기타(157억달러) 순이었다. 동남아(96억달러)와 중남미(79억달러)도 전년(각각 85억달러, 43억달러)대비 늘었다. 특히, 일본은 78억달러 증가해 한은이 관련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직전 최대 증가는 2017년(71억달러)이었다.
반면, 중동은 27억달러 줄어 2년연속 감소했다. 역시 한은이 관련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외국인의 국내투자도 미국이 3178억달러로 가장 많았다. 이는 전체 대외금융부채 잔액(1조1988억달러) 대비 26.5%에 달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EU(3063억달러, 25.5%)와 동남아(2182억달러, 18.2%) 순이었다.
전년말과 견줘서는 동남아가 253억달러 증가해 가장 많았다. 이어 EU(222억달러), 미국(178억달러) 순이었다.
이는 각국의 주가가 상승한데다 실제 주식투자도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국가별 주가상승률을 보면 한국은 7.7%, 미국은 22.3%, 중국은 10.3%, EU는 24.8%, 일본은 18.2%, 홍콩은 10.5%, 브라질은 31.6% 올랐다. 환율은 한국이 3.4% 절하(원·달러 환율 상승)된데 이어, 브라질(3.4%)과 EU(2.2%), 중국(1.2%) 절하폭이 컸다. 반면 일본은 1.0% 절상됐다.
복수의 한은 관계자들은 “노재팬은 불매운동 등 주로 실물쪽이다. 일본 니케이에 대한 주식투자가 늘었다. 중남미 역시 브라질을 중심으로 주식과 채권투자가 늘었다. 케이먼제도 등 조세피난처에 대한 직접투자도 증가했다. 기타부문에서는 호주에 대한 광업이나 원자재 직접투자가 꾸준했다. 조세피난처인 몰타에 대한 투자도 늘었다”며 “중동 자금이 빠진 것은 고금리 예금 만기가 도래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동남아 국가들이 외화운용을 국내에서 하고 있다. 국내 채권이 안정적이라고 판단한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