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어린이날 직전 마감한 삼성생명 일반공모 청약은 여러 면에서 화제가 됐다. 청약증거금 19조8944억 원, 최종경쟁률은 40.6대 1. 2014년 12월 제일모직 공모주 청약까지 4년여 동안 깨지지 않은 불멸의 기록을 세웠다.
옛 국민주 열풍을 방불케 할 정도로 각종 여윳돈이 유입됐는데, 실제 공모를 앞두고 MMF나 CMA 잔액이 줄어들고, 시중 대출이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했다. 삼성생명 공모가는 11만 원, 3일 종가는 58.81% 하락한 4만5300원이다.
SK바이오팜의 대박 기업공개(IPO)로 공모주 투자 열기가 뜨겁다. 이른바 ‘따상(공모가 2배 가격으로 시초가 형성, 이후 상한가)’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차기 공모주 청약을 학수고대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SK바이오팜의 급등 우선 SK그룹의 이름값이 커 보인다. 최태원 회장이 1993년에 신약 개발 투자를 시작했고, 지주사 전환 때도 신약 개발 조직을 지주사 직속으로 만들어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여기에 신약 개발 성공 경험과 임상 노하우, 신약 파이프라인 경쟁력, 적은 유통주식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소문난 잔치에 역시 먹을 게 많다”는 인식과 함께 규제로 투자 자체가 어려워진 부동산 대기 자금의 이동 징후도 감지된다. 또 다른 대어로 꼽히는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도 하반기 공모 절차에 돌입한 만큼 열기는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31조 원에 달하는 청약 증거금이 높은 경쟁률로 청약을 받지 못해 환급되는 자금이 대거 발생했다. 이 자금이 유입되면서 SK바이오팜 직후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 위더스제약 증거금도 2조7500억 원으로 ‘조 단위’를 달성했다.
투자자들이 공모주에 열광하는 이유는 치열한 경쟁률에 비례하는 큰 수익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로 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에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청약 증거금에 1억 원을 넣어도 평균 13주(공모가 기준 63만7000원) 정도만 배정받을 수 있었다.
공모주 투자 열풍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어왔고, 실제 상당한 수익을 챙긴 투자자도 많다. 청약 당시 수백 대 1의 경쟁률은 기본이고 상장 즉시 3~4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투자자들에게는 소위 ‘대박’을 안겨주는 로또로 인식됐다.
일반적으로 공모주 투자는 어느 정도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리스크도 낮다고 알려져 있다. 주식시장이 활황이면 공모주의 가격도 상승해 투자 수익은 더욱 커진다. 하지만 높은 청약경쟁률로 인해 투자한 금액 대비 배정받을 수 있는 주식 수가 적고, 단기간에 많은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 무엇보다 공모가의 적정 수준에 대한 평가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모든 투자에는 기대 수익에 상응하는 리스크가 함께 존재하고 실제로 묻지마 투자의 폐해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더라도 결과는 정반대인 경우 역시 적지 않았다는 의미다.
공모주 청약에 실패했다고 상장 이후 ‘묻지마 매수’에 나서는 것은 실패 확률이 더 크다. 소위 ‘잘나가는’ 공모주의 경우 상장 초기 과도한 수급이 집중되면서 나타나는 착시 현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상장 초기 주가가 급등락을 연출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간과해서는 안 될 대목이다. 일반 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기관이 단기간 공모 차익을 노리고 빠져나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근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시초가가 높게 형성된 종목이 있다는 것을 감안해도 일부 종목의 주가 흐름은 실망스럽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 기업의 미래가치 같은 실질적 분석을 외면한 묻지마 공모주 투자는 쪽박의 지름길이다. 공모주 대박에 대한 과신은 금물이다. 주식 가치가 과대평가된 찰나를 이용해 기업들이 집중적으로 주식을 내다파는 시장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