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중국·서구권 갈등에 ‘새우등 신세’…선택 강요당해

입력 2020-07-10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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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익 대부분이 홍콩과 아시아에서 나와…홍콩보안법 지지했다가 역풍 맞아

▲HSBC 전체 고객 계좌 지역별 비중. 오른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홍콩(35%)/영국(29%)/홍콩 제외 아시아(13%)/북미(10%)/영국 제외 유럽(8%)/기타(5%). 출처 CNN
▲HSBC 전체 고객 계좌 지역별 비중. 오른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홍콩(35%)/영국(29%)/홍콩 제외 아시아(13%)/북미(10%)/영국 제외 유럽(8%)/기타(5%). 출처 CNN
동서양 가교 역할을 하면서 지난 155년 동안 글로벌 금융산업을 주도했던 HSBC홀딩스가 중국과 서구권의 갈등 격화에 새우등 신세가 됐다.

HSBC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 홍콩의 미래가 걸린 정치적 분쟁의 한 가운데 서게 됐으며, 이에 선택을 강요당하는 어려운 입장에 놓이게 됐다고 9일(현지시간) CNN방송이 분석했다.

이름처럼 홍콩·상하이뱅킹코퍼레이션으로 역사를 시작한 HSBC는 영국 런던에 본사가 있지만 아시아에서 대부분의 수익을 내고 있다.

홍콩보안법은 정권 전복과 테러리즘, 외세와의 유착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으나 실상은 1997년 홍콩 주권이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지켜졌던 홍콩의 정치적, 법적 자유를 무너뜨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영국은 중국이 홍콩의 일국양제 원칙을 수립한 주권반환 협정을 위반했다고 비난하는 등 미국의 중국 규탄에 동참했으며 새로운 이민정책을 통해 수백만 홍콩 시민에게 탈출로를 제공하고 있다.

류샤오밍 영국 주재 중국대사는 “영국의 행동은 내정에 대한 총체적 간섭”이라며 “중국을 적으로 취급하는 것은 완전히 잘못됐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홍콩 중문대의 윌리 람 중국연구소 교수는 “중국과 영국 관계가 악화하면서 HSBC는 분명한 타깃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HSBC는 1992년 이래 지금까지 영국에 소재지를 두고 있지만 홍콩은 가장 큰 시장이며 그룹 전체 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 홍콩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지난해 순익의 80% 이상이 창출됐다. 이에 HSBC는 조만간 더 많은 자원을 아시아 시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HSBC는 홍콩보안법에 대한 더 이상의 언급을 피하고 있다. 그러나 경영진은 중국과 서구권의 대립이 은행에 미칠 영향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마크 터커 HSBC 회장은 지난달 영국 정부에 “중국 거대 기술기업인 화웨이테크놀로지가 영국에서 사업을 하지 못하게 되면 중국의 보복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코틀랜드 사업가이자 아편 수송회사 중역이었던 토머스 서덜랜드가 1865년 HSBC를 설립했다. 1990년대 전까지 HSBC는 간단하게 ‘홍콩은행’으로 불릴 정도로 홍콩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심지어 HSBC는 과거 홍콩의 비공식적인 중앙은행 역할을 할 정도였다고 CNN은 강조했다.

HSBC는 1992년 영국 대형 소매은행 미들랜드은행을 인수하면서 관련 규정에 따라 본사를 런던으로 옮겼다. 이후로도 HSBC는 여러 차례 런던에서 본사를 이전하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

그만큼 HSBC에 홍콩과 아시아는 매우 중요하고 정치인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렁춘잉 전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 5월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거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를 하면서 HSBC가 홍콩보안법 지지를 표명하라고 압박했다. 결국 피터 웡 HSBC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고경영자(CEO)가 홍콩보안법을 지지하는 청원서에 서명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중국 소셜미디어에 게재했다.

이후 영국 정치권에서 반발한 것은 불 보듯 뻔 한 일이나 HSBC는 미국의 보복이라는 더 큰 근심거리를 안게 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성명에서 대놓고 피터 웡을 언급하면서 “이런 충성심이 절대로 중국 정부의 존중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홍콩 달러페그제를 약화시키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홍콩에 본부를 둔 은행, 특히 HSBC를 제재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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