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의료 시스템이 압박을 받는 가운데 뎅기열도 발발해 비상이 걸렸다고 9일(현지시간) 미국 CNBC방송이 보도했다.
싱가포르 마운트엘리자베스노베나병원의 전염병 전문가인 렁호남 박사는 “동남아에서 뎅기열 환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뎅기열은 모기에 의해 감염되는 병으로 고열과 근육통, 관절통, 심한 두통을 유발하며 심각할 경우 죽음에 이를 수 있다.
싱가포르 국립환경청(NEA)은 지난주 “뎅기열에 걸린 사람이 6일까지 1만5500명이 넘어 올해 감염자 수가 사상 최대였던 2013년의 2만2170명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렁호남 박사는 “NEA 발표 이전에도 상황은 심각했다”며 “올해가 아주 안 좋을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경고했다.
말레이시아 보건당국도 지난달 “전국적으로 뎅기열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경종을 울렸다.
동남아 최대 인구국인 인도네시아는 6월 말 전국적으로 약 6만8000명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뎅기열을 퍼뜨리기 좋은 환경을 조성했다고 지적했다. 렁 박사는 “불행히도 뎅기열은 최고의 파트너인 봉쇄를 만났다”며 “(코로나로 인해) 개인이 집에 머무르면 뎅기열을 퍼뜨리는 모기에 더 많이 노출된다. 환자가 많이 나올수록 감염되지 않은 모기가 이들을 물어서 병을 더 퍼뜨리는 악순환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국립싱가포르대학 듀크-NUS 의학대학원의 신종 전염병 연구소장인 두아네 구블러 박사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집에 계속 붙어있게 된 사람들이 이전보다 뎅기열에 감염된 모기와 더 많이 접촉할 것”이라며 “모기 유충을 잡는 등 더 큰 예방책을 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어 “특히 코로나19로 건설이 중단된 공사장은 모기가 번식하기 좋은 곳”이라며 “코로나는 뎅기열 전파에 매우 이로운 환경을 조성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