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권 발행이 늘면서 장수기준으로 2년4개월만에 처음으로 천원권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확산과 함께 사상 초유의 저금리 상황까지 겹치면서 5만원권 수급에 차질을 빚게 되자 만원권 발행이 늘어난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중 5만원권 환수율은 6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발행 이래 누적환수율도 1년4개월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총 화폐발행잔액은 사상 처음으로 136조원을 돌파했다.
권종별로 보면 5만원권이 8000억원 증가한 114조8000억원으로 역시 석달째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만원권은 6000억원 늘어난 16조3000억원으로 2019년 1월(16조4435억6900만원) 이후 1년5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천원권은 60억원 감소한 1조6000억원에 그쳤다.
권종별 잔액을 장수기준으로 보면 5만원권은 1600만장 늘어난 22억9500만장을 기록했다. 만원권은 6100만장 증가한 16억2900만장으로 2019년 1월(16억4400만장) 이후 1년5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천원권은 600만장 감소한 16억2100만장에 그쳤다. 이에 따라 2018년 2월(만원권 16만9200만장, 천원권 16만3700만장) 이후 처음으로 만원권 발행잔액이 천원권을 웃돌았다.
한편, 올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중 5만원권 발행액은 13조9650억원을 기록한 반면, 환수액은 4조5899억원에 그쳤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중 5만원권 환수율은 32.87%에 그쳤다. 이는 상반기를 기준으로 2014년 28.14%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2009년 5만원권 발행 이래 누적환수율도 49.36%에 그쳐 2019년 2월(49.26%)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환수율이란 시중에 풀린 발행액 대비 한은에 돌아온 환수액 비율을 의미한다. 환수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돈의 회전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환수율이 낮다는 것은 돈이 지하경제로 흘러들어가는 등 요인에 따라 돈이 잠기고 있음을 뜻한다.
한은 관계자는 “연초 코로나19로 5만원권 수급이 원활치 않았다. 이에 따라 5만원권 부족분을 만원권으로 공급하다보니 최근 몇 달 사이 만원권 발행량이 꽤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환수율 하락은 구조적 요인이라기보다는 일시적 요인으로 보인다. 예비적 수요로 화폐발행이 늘어난데다, 금리가 낮다보니 굳이 현금을 금융기관에 입금하려는 수요도 줄었기 때문”이라며 “특히 5만원권의 경우 추석전 화폐발행 증가에 대비해 발주량을 늘렸다는 점에서 8월 이후부터는 수급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최근 한은은 5년만에 5만원권을 추가 발행키로 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부 시중은행 ATM기에서 5만원권 지급 불능 사태를 빚는 등 5만원권 공급 부족사태에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