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전체 7500억 유로(약 1032조8925억 원) 규모 기금 중 3900억 유로는 상환 의무가 없는 보조금 형식으로 지급하고 3600억 유로는 저금리 대출로 운용하는 합의안을 배포했다. EU집행위원회(EC)가 초기에 제시했던 내용은 5000억 유로를 보조금으로 운용하는 방식이었다.
협상은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이 보조금 규모 축소를 요구하며 난항을 겪었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 정상은 기금 지원에 노동시장과 경제 개혁 등 조건이 따라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기 침체에 타격을 크게 받은 남유럽 국가와 재정 부담을 우려하는 북유럽 국가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애초에 18일까지로 예정돼있던 정상회의는 이날까지 이어졌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지난 밤 긴 대화를 나눈 후 합의를 위한 틀을 마련했다”며 “오늘 합의가 이뤄지거나 최소한 합의가 가능할 것이란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EU가 이번 코로나19 경제회복기금 조성에 합의할 경우 전례 없는 금융 통합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셸 상임의장이 제시한 타협안에는 기금 운용 계획에 대해 EU 회원국 다수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만약 기금을 받은 후 ‘심각한 일탈 행위’가 확인되면 다음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 이 조항은 경제회복기금이 실제 경기 부양에 흘러 들어갈 것인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 포함됐다.
또 회원국은 기금을 받기 위해 법치주의를 지키고 민주주의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조항도 명시돼있다. 폴란드와 헝가리는 이 조항에 반발하고 나섰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법치주의 준수 조항을 삭제하지 않으면 기금 조성 합의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북유럽 국가의 기금 조성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히든카드는 현금 환급이다.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오스트리아는 EU 정기예산에서 현금 환급을 받게 된다. 초안에 따르면 이들 국가가 7년간 받게 되는 돈은 528억 유로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