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세계 곳곳의 대학이나 기업들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라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마스크를 기존 플라스틱 소재에서 친환경 소재로 전환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마스크 착용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버린 이상 애초에 방역용품을 만들 때부터 환경을 생각해 제조하겠다는 것이다.
영국의 기업들은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페이스 실드 개발에 성공했다. 얼굴을 가리는 부분에 목재 펄프를 사용하면서도 투명성을 확보했다. 가격도 하나에 1.5파운드(약 2300원)로 기존 플라스틱 제품과 별 차이가 없다. 목재 펄프나 종이 등 모두 흙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만들었음은 물론, 수요 증가에 대비해 일주일에 200만 개를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은 나무섬유에서 미생물에 의해 물이나 이산화탄소 등에 분해되는 생분해성 마스크를 개발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식물에서 추출한 녹말 등을 이용해 마스크를 만드는 회사가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친환경 소재 개발뿐만 아니라 소비자 개개인의 환경 문제에 대한 의식 향상, 사회 전체적인 구조 구축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환경정책 전문가인 오사카상업대학의 하라다 사다오 준교수는 “부직포 마스크는 흙으로 돌아가는 천이 아니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이를 모르는 사람도 많다”며 “우선은 마스크가 어떤 소재로 돼 있는지를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소재를 사용한 제품의 개발과 관련해서는 “환경에 미치는 부담이 적은 소재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원래 있고 활용할 수 있는 것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감염방지 대책을 위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필요한 의료 현장에 우선해 돌리는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감염 대책 사이의 균형을 생각하면서 이용해 나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조언했다.
물론 개개인이 환경 문제에 대한 의식을 지니는 것이 중요하지만, 개인의 양심에 의존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하라다 교수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무엇이 감염 대책에 유효하면서 비용 측면에서도 실현 가능한가. 순서를 세워 생각하고, 보조금을 활용하는 등 사회 전체적으로 구조 구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 설립된 벨기에 브뤼셀 소재 비정부기구(NGO) ‘제로 웨이스트 유럽(Zero Waste Europe)’의 조앤 마크 사이먼은 “공중 보건과 환경 가운데 하나를 희생하거나,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할 필요는 없다”면서 “전염병에 대비하면서도, 사용한 일회용품을 어떻게 친환경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