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집값 안정화를 위해 검토 중인 '토지거래허가제' 카드가 오히려 부동산 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된 삼성·잠실·청담·대치 일대 역시 제도 시행에 따른 부작으로 신고가를 경신하는 아파트가 늘어나는 등 부작용을 겪었다.
경기도에서도 벌써 토지거래허가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일부 지역에서는 매수세가 붙는 모습이다. 지역민들의 반발 역시 거세지고 있어 토지거래허가제를 둘러싼 논란이 당분간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6일 경기도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여부를 놓고 실무진들과 논의 중이다. 당초 이 도지사의 휴가 복귀와 동시에 시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추측도 나왔으나 경기도는 토지거래허가제 시행을 위한 기초자표 조사를 진행 중이며, 이를 바탕으로 논의 후 대상 지역과 시행 시기 등을 본격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되면 해당 지역에서는 당장 실거주 목적의 주택 취득만 가능해져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제도 도입에 따른 각종 부작용 등을 고려해야 하며, 그 파장을 고려해 중앙부처와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은 벌써 들썩이는 모습이다. 앞서 서울 용산·강남·송파 일부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집값이 오른 것을 경험한 학습효과 때문이다. 최근 정부의 규제가 집값 상승으로 연결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일부 수요자들은 이를 투자 기회로 인식하는 모습이다.
실제 현재 토지거래허가제도가 시행된 지역들의 집값은 규제 이후에도 오름세를 보였다. 정부가 6·17 부동산 대책을 통해 지난 6월 23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대치동 은마아파트 경우 시행 이후 3건의 거래가 허가됐는데 이 중 전용 면적 84㎡의 경우 시행 직전 실거래가보다 높은 21억5000만 원(7월 13일)에 거래됐다.
잠실동 트리지움 전용 면적 149㎡도 지난달 16일 27억4000만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으로 아파트 매매는 까다로워지면서 거래량은 줄었지만 가격 상승세는 잡히지 않은 것이다.
현재 경기도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후보지로 거론되는 곳은 과천, 하남, 광명, 성남 등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요건은 △주택가격의 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은 지역 △당해 지역의 특성상 주택가격의 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거나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는 지역 △현재 주택의 투기적인 거래가 성행하고 있으며 투기가 더욱 극심해질 우려가 있는 지역 등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경기도에서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되면 투기과열지구 중 최근 집값이 크게 오른 곳 위주로 토지거래허가제를 묶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월 첫째주 기준 올해 누계 집값 상승률은 수원 팔달구 19.43%, 용인 수지 13.7%, 광명 9.53%, 하남 7.89%, 성남 수정 7.18% 등이었다. 여기에 외지인 유입 및 법인 투자 등 투기적 거래 현황과 같은 요인도 고려하게 된다.
과천 J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원래도 매수 문의가 많은 지역이었으나 최근 며칠새 토지거래허가제와 관련해 매매거래 시기를 앞당겨야 하는지 문의하는 연락이 많아지고 있다"며 "호재가 많은 지역이어서 꾸준히 집값이 오르고 있는 상황인데 규제로 이를 막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불안 뿐아니라 지역민들의 반발도 문제다. 일부 지역민들은 벌써 집단 행동에 나섰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경기도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 검토를 원천 무효화해 주세요'라는 청원글을 게시한 것이다. 벌써 3000명에 달하는 지역민들이 동의에 나섰다.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하남시 한 주민은 "국민의 자산가치와 권리를 흔드는 정책에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도민들의 뜻을 무시할 경우 집회 등 단체 행동도 불사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