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총지출이 올해 본예산 대비 7~8% 확대된 550조 원대 수준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9일 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기재부는 이주 중 문재인 대통령에게 내년도 예산안 초안을 보고할 예정이다. 이번 보고는 내년 예산안을 확정하기에 앞서 재정정책 기조와 방향성을 사전에 조율하는 절차다. 애초 10%대 총지출 증가가 예상됐으나, 정부는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급격한 재정적자 확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본예산 규모는 512조3000억 원이다. 지난해보다 9.5% 확대된 규모다. 3차례에 걸친 추가경정예산안 규모를 합산하면 올해 총지출은 546조9000억 원이 달한다.
내년 총지출 규모는 올해 추경을 합산한 총지출을 다소 웃도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본예산 대비로는 7~8% 큰 규모다. 가장 큰 재정지출 확대요인은 한국판 뉴딜이다. 2025년까지 국비 114조1000억 원이 투입된다. 올해 3차 추경에 편성된 4조8000억 원을 제외하면, 향후 5년간 연평균 22조 원가량 지출된다. 여기에 기초연금액 인상 및 인구 고령화에 따른 지급인원 확대,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으로 늘어나는 의무지출을 고려하면 새로운 재정사업이 추가되지 않아도 올해 본예산보다 30조 원 내외의 돈이 더 나간다.
이 정도 지출 증가만으로도 재정건전성에는 무리가 간다. 정부가 올해 본예산을 편성할 때 예상했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차례의 추경 편성 및 적자국채 발행에 따라 43.5%까지 오르게 됐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111조5000억 원 적자)도 역대 최대 폭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세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올해 기업 실적 악화로 내년에도 부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 경제상황이 정상화하지 않으면, 계획된 지출만으로 기존 지출을 구조조정하거나 적자국채를 추가 발행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 추가적인 지출 확대는 재정당국 입장에서 부담일 수밖에 없다.
구체적인 총지출 규모는 이달 중순 이후에나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현재 정부는 2021년 예산안을 편성 중에 있으며, 총지출 증가율 등 구체적인 내용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