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시계 롤렉스의 ‘왕관 모양’은 저명성 있는 상표로 이와 유사한 형태는 등록을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허법원 5부(재판장 서승렬 부장판사)는 스위스 시계 브랜드 롤렉스에스아(ROLEX SA)가 A 씨를 상대로 낸 등록 무효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 판결은 지난달 21일 확정됐다.
롤렉스는 1966년부터 수차례 시계와 팔찌 등 장신구를 지정 상품으로 ‘왕관 모양’과 ‘ROLEX’가 결합한 상표 및 서비스표를 출원ㆍ등록했다. 이후 A 씨는 2016년 11월 롤렉스 상표와 유사한 왕관 형태의 상표를 등록했다.
롤렉스는 2018년 4월 A 씨의 등록상표가 유사하다며 특허심판원에 상표 등록 무효 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특허심판원은 “A 씨의 등록상표는 롤렉스 상표와 모티브가 달라 출처의 오인이나 혼동 가능성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롤렉스는 “A 씨의 등록상표는 롤렉스 상표와 동일ㆍ유사하고 그 지정상품과 같은 곳에 쓰인다”며 “롤렉스는 수요자들에게 현저하게 인식돼 상품, 영업과 혼동을 일으키게 하거나 식별력 또는 명성을 손상할 염려가 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A 씨는 △자신의 상표 하단이 ‘다이아몬드’ 형상으로 인식돼 식별력이 강한 점 △자신의 상표 출원 이전에 이미 다수의 왕관 도형이 상표로 등록돼 롤렉스의 왕관 모양은 식별력이 없는 점 등을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롤렉스 측의 손을 들어줬다.
먼저 법원은 롤렉스의 ‘왕관 모양’이 국내 수요자와 거래자는 물론 일반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진 ‘저명상표’에 해당한다고 봤다. 왕관 모양만 봐도 롤렉스 상품으로 식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특허청이 발간하는 자주 도용되는 상표 자료집에 롤렉스의 상표가 포함되고, 지적재산권 사범 단속 현황에서 롤렉스가 불법 모조품 밀수출입이 가장 많이 적발된 브랜드 중 2위를 차지했다는 것 등이 근거가 됐다.
더불어 재판부는 롤렉스와 A 씨의 상표 중 요부(중심적인 식별력을 가진 부분)는 왕관 모양으로 A 씨 상표 하단의 ‘V’ 형태를 ‘다이아몬드’ 형상으로 직감한다고 보기 어렵고 식별력이 미약하다고 봤다.
이어 이미 다수의 왕관 모양 상표가 등록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A 씨의 상표와 다르게 다른 등록상표는 왕관의 특징을 갖추지 않아 롤렉스 상표와 외관의 차이가 있다"고 판단했다.
A 씨는 재판에서 “롤렉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가ㆍ고품질 상품으로 상품과 수요자 계층 등이 다르다”고도 주장했다. 유사한 상표를 사용하더라도 수요자나 거래자가 달라 상품의 품질이나 출처를 혼동ㆍ오인하게 할 염려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A 씨의 주장과 같이 수요자 계층이 다르고, 품질이나 재료에도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두 상표의 왕관 표장이 외관에서 주는 지배적인 인상이 유사하고 관념도 동일하다”며 “이를 동일ㆍ유사한 상품에 함께 사용할 경우 국내 수요자와 거래자들에게 상품 출처에 대한 오인과 혼동을 일으킬 염려가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