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국내 증시 시가총액 1위와 7위를 차지하는 대장주다. 관련 산업은 물론 다른 업종에도 미치는 영향이 워낙 커 증시에서는 ‘전차(電車·전기전자 자동차)군단’으로 불린다. 옛 영광을 뒤로한 채 ‘녹슬었다’는 소리를 들었던 전차군단이 최근 증시에서 뜨겁게 부활하고 있다.
◇코스피, 2년 만에 최고점...힘 보태는 '전차' 군단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는 전일보다 0.69%(400원) 오른 5만8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9일에는 외국인 매수세로 6만400원까지 오르면서 역대 최고가 6만2800원도 사정권에 뒀다.
현대차도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시가총액 7위를 탈환했다. 이날 현대차는 전일대비 5.29%(9000원) 오른 17만9000원에 장을 마치면서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대기업 수출이 대체로 부진했음에도 삼성전자가 깜짝실적을 낸 것이 원동력이 됐다.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6조5971억원) 대비 23.48% 증가한 8조1463억 원을 기록했다. 비대면 라이프스타일 확산에 따른 서버·PC용 메모리 수요 증가,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 비용 효율화, 중소형 OLED의 일회성 이익 발생 등이 호실적으로 이어졌다.
현대자동차도 예상밖 선전에 눈길을 끌고 있다.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52.3% 줄어든 5903억 원을 기록했다.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모두 큰 폭의 적자를 낸 가운데 시장 컨센서스(3000억 원대)를 상회하며 선전했다.
‘전차군단의 부활’ 덕에 코스피는 이날 32.29포인트(1.35%) 오른 2418.67에 마감하면서 7거래일 연속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2018년 6월 15일 코스피 지수가 2404.04(종가기준)를 기록한 이후 최고점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세계경제가 둔화한 가운데 한국경제의 대들보인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동반 상승은 증시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이에 ‘전차 군단’의 3분기 실적이 증시의 새로운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ㆍ현대차, 업황 회복에 높아지는 시장 기대감
이투데이가 전기전자(IT), 자동차 업종을 분석해온 전문 애널리스트들에게 ‘전차’ 군단의 주도주로 나설 가능성에 대한 궁금증을 물어봤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인텔이 새로운 CPU를 출시하면서 IT산업 업사이클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시총 1, 2위를 차지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반등 동력으로 이어지면서 코스피 지수 견인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메모리 반등 사인이 아직 본격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SK하이닉스보다는 삼성전자가 더 좋은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짚었다.
대신증권 박강호 연구원도 삼성전자의 선전을 예상했다. 박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투 트랙 전략이 예상된다"며 "올해 하반기 IM 부문의 수익성을 개선하고 글로벌 점유율 확대하는 전략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최근 갤럭시노트20 출시로 하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유지할 것"이라고 주목했다.
자동차 산업을 분석해온 유진투자증권 이재일 연구원은 업황 호조에 힘입어 현대차가 뚜렷한 강세를 보일 것으로 꼽았다.
이 연구원은 "출시 예정을 앞둔 모델은 투산, GV70 등 신형 SUV와 고급차 브랜드 라인이 예정됐다"며 "최근 양호한 주가 흐름은 이같은 청사진 기대감이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내년 2월 전기차와 신차가 본격적으로 출시되면서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짚었다.
코로나19 속 업황 개선도 실적 호조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이재일 연구원은 "7월까지 글로벌 자동차 시장 판매량이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이지만 최근 빠른 회복세가 돋보인다"며 "9월부터 연말까지 신차 판매량은 플러스로 돌아서고, 상반기 대비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임은영 연구원도 신차 효과에 주목했다. 임 연구원은 "11월 GV70 출시로 국내에서 10만 대 이상 달성이 전망된다"며 "제네시스, 팰리세이드 등 현대차 고급차 라인의 판매 증가세가 돋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작년 3분기처럼 예상치 못한 일회성 비용은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지난해 3분기 현대차는 '세타2 GDi' 엔진과 관련한 품질 비용(약6000억 원)을 반영되면서 타격을 입었다. 2018년 3분기 역시 엔진 리콜 등 관련 품질 비용(약3000억 원)이 발생한 바가 있다.
그러면서 "현대차는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BMS) 등 전기차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는 테슬라 기업가치와 대비해 차별화될 수 있는 요인으로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도 유효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