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민주당 전당대회 셋째날인 19일(현지시간) 찬조 연설자로 나서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을 작심하고 맹폭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15분 간의 연설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를 적극 지지하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가볍고 자기중심적”이라며 독설을 퍼부었다. 또 그는 “대통령직을 자신과 친구들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재앙적으로 무능한 대통령”이라고 맹공격했다.
그러면서 미국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를 진행하며 인기를 끌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이력에 빗대어 “그가 대통령직을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리얼리티쇼로 취급했다”고 비난했다.
오바마는 한때 트럼프에 기대했던 바람이 가차 없이 무너졌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가 나의 비전과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기대한 적은 없지만, 미국을 위해서라도 트럼프가 대통령직의 무게를 심각하게 느끼길 기대했다”면서 “그러나 그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그는 “내가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8년간 쌓아온 모든 것을 뒤집은 리얼리티쇼 스타를 미국이 선택한다면 ‘개인적 모욕’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지지자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오바마는 “트럼프는 결코 대통령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규정한 뒤, “그 결과는 참혹한 현실로 나타났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실정으로 미국인 17만 명이 죽고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으며 최악의 충돌이 발생했고 미국의 자랑스러운 세계적 명성이 손상됐으며 민주적 제도가 위협받고 있다”고 부연했다.
오바마 정권에서 국무부 대변인을 맡았던 젠 사키 백악관 홍보부장은 NYT에 “오바마뿐만 아니라 그를 위해 일한 많은 사람들은 트럼프가 재임한 4년은 회복할 수 있지만, (만일 재선했을 경우) 8년 후의 피해는 돌이킬 수 없다는 믿음이 있다”며 “오바마의 절박함은 매우 강력하다. 그는 바이든 정부를 자신의 복제 정권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도 아주 분명히해왔다”고 전했다.
또 오바마는 자신의 러닝메이트로서 8년간 함께 한 바이든의 자질과 인격을 치켜세우며 트럼프 대 바이든 전선을 분명히 했다. 오바마는 “내 친구 조 바이든에 대해 말해주려 한다”고 운을 뗀 뒤 자신과 함께 백악관에서 보낸 시절과 절친으로서의 장점을 모두 부각시켰다.
그는 “조는 8년 동안 내가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마다 나와 함께한 마지막 사람이었다”면서 “나를 더 나은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그는 미국을 더 나은 나라로 만들 자질과 경험을 갖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또 “조와 나는 다른 장소와 세대에서 왔다. 하지만 많은 시련에서 비롯된 그의 견고함, 많은 슬픔에서 비롯된 그의 공감에 나는 금방 그를 존경하게 됐다”면서 “조는 만나는 모든 사람을 존중과 품위로 대하는 법을 일찍부터 배운 사람”이라며 “부모가 그에게 가르친 ‘너보다 나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너보다 못한 사람도 없다’는 말을 지키며 살아온 사람”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오바마는 퇴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 비판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이날 찬조 연설에서는 트럼프를 겨냥해 거침없는 공격을 날리며 전사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한편 이날 민주당은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했다. 흑인 여성을 부통령 후보로 발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해리스는 지명 수락 연설에서 “다른 인종을 묶을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전날 대선 후보로 지명된 바이든 전 부통령의 승리를 향해 당의 결속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