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분위기에 장마까지 겹치면서 8월 기준 기업들의 체감 실적이 19년 만에 가장 낮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9월 전망치는 83.5로 지난달보다 1.9포인트(p) 올랐다고 27일 밝혔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경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부문별로는 내수(88.0), 수출(88.5), 투자(84.6), 자금(90.8), 재고(101.7), 고용(86.6), 채산성(92.7) 등 전 부문에서 기준선 미만을 기록했다. 재고는 100을 넘기면 재고 과잉으로 부정적 전망을 의미한다.
한경연 관계자는 "통상 추석 연휴로 인한 내수 활성화 기대와 휴가철인 8월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기 전망이 낙관적인 경향을 보이는 계절적 요인에도 여전히 부정적 전망이 우세했다"며 "기업들은 건설업과 서비스업이 속한 비제조업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사업 물량 감소와 수요 위축 우려로 인해 실적 개선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응답했다"고 전했다.
제조업 체감경기는 전월보다 8.7p 올랐지만, 반도체가 속한 전자 및 통신장비업종은 제조업 하위 업종 중 유일하게 전망치가 8.4p 낮아지며 4개월 만에 상승세가 멈췄다.
실제로 반도체 업황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 중 하나인 'DXI 지수'는 하반기 들어서도 계속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더해 코로나19 재확산과 미국의 화웨이 제재 강화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으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우려도 크다.
제조업의 내수와 수출 전망은 다소 상승했지만, 투자와 고용 전망은 정체됐다. 제조업 내수(90.5)와 수출(89.6) 전망치는 전월보다 각각 11.0p, 10.6p 상승했지만 투자(81.1)는 1.0p 감소하고 고용(86.6)은 0.4p 상승에 그쳤다.
이에 대해 한경연 측은 향후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미루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특히 8월 실적치는 전월(84.2)보다 소폭 하락한 79.8을 기록하며 8월 기준으로 1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에 전례 없는 장마까지 겹친 영향이다. 64개월 연속 기준선을 밑돌고 있다.
부문별로는 내수(82.1), 수출(86.6), 투자(86.3), 자금(89.1), 재고(103.9), 고용(88.2), 채산성(87.1) 등 전 부문에서 기준선을 밑돌았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내수와 수출 부문에서 전망치가 다소 개선되었지만, 계절적 요인에 의한 기저효과의 영향이 크고 코로나19 재확산과 미ㆍ중 갈등 심화 등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와 고용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며 “불확실성을 상쇄할 수 있는 과감한 정책 지원을 통해 경제 회복의 불씨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