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판매 회복세를 보이는가 싶던 백화점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실시된 후에는 그간 실적 부진 속에서도 나홀로 선방하던 명품마저 구매 소비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러다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던 3월의 악몽이 재현될까 업계가 두려움에 떨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7월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는 여성정장(-15.5%)과 여성캐주얼(-27.2%)의 하락세가 이어졌지만 가정용품은 11.6% 증가하며 4개월 연속 신장했다. 특히 해외여행 감소에 따른 반사익으로 해외 브랜드 매출은 32.5% 치솟았다. 6월 증가율 22.1%보다 10.4%포인트 높은 수치다.
이는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영향권에 접어든 지난 2월 이후 가장 준수한 성적이다. 2월 -21.4%로 역신장했던 백화점 매출은 3월 -40.3%라는 최악의 결과를 받았다. 다만 이를 저점으로 백화점 3사의 매출은 5월(-7.4%)과 6월(-3.4%)에는 연이어 낙폭을 축소하며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제자리로 돌아가던 백화점에 코로나19의 재확산이 다시 브레이크를 걸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실시로 소비자들이 집밖 외출을 삼가면서 곧바로 매출 부진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2.5단계가 발표된 지난달 28일부터 백화점을 찾는 발길은 크게 줄었다. 롯데백화점의 지난 주말(8월 28~30일) 매출은 전년 같은 요일(8월 30일~9월 1일) 보다 44% 추락했다. 식품 매출이 68% 줄었고, 잡화(-61%)와 여성(-55%), 남성(-51%) 등 대부분의 분야가 저조했다. 이는 코로나19 재확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전주(8월 21~23일)에 비해서도 20% 역신장한 수치다.
신세계백화점도 여성 패션(-26.4%)과 남성패션(-22.1%), 가전(-19.2%) 등 대부분의 상품 판매가 부진하면서 총 매출은 21.4% 감소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 매출도 -18.1% 빠졌다.
코로나19에도 콧대 높던 명품 매출까지 타격을 입었다는 점에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패션과 스포츠 등 대부분의 매출이 저조한 가운데 해외 유명 브랜드는 홀로 두 자릿수 신장세를 기록하던 '소년가장'이었다. 하지만 지난 주말 롯데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3% 하락했고, 직원 확진에 따른 30일 반나절 강남점 휴점 여파로 신세계의 해외브랜드 매출을 -15.8%로 수직 낙하했다.
때마침 가을 맞이 신상품이 출시되는 시점에 거리두기 2.5단계가 실시되면서 올여름 장사를 망쳤던 패션 카테고리가 또다시 매출 하락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거리두기 3단계 실시 여부는 백화점업계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식품 등 생필품을 판매하는 대형마트나 이커머스 등과 달리 주력 품목이 의류 등 비식품인 백화점으로서는 외부 활동이 거의 중단될 경우 매출 방어가 불가능해져 경험해보지 못한 타격이 올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로 생필품 판매 특성상 영업 중단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대형마트와 달리 정부에서는 백화점의 경우 방역을 최우선으로 문을 닫자는 의견과 경제적 타격을 고려해 시간 단축 등에 나서자는 의견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설마 백화점이 문을 닫기야 하겠나 싶지만 정부 정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