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반도체 미세공정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중국이 28㎚(나노미터·1㎚는 100만분의 1㎜) 이하 초미세 공정 성공 기업에 파격적인 지원을 하면서 제2의 ‘반도체 굴기’에 나섰다.
6일 반도체 업계 및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광범위한 지원 계획을 마련해 10월 공식적으로 채택하고, 지원방안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5년간 제3세대 반도체를 지원하기 위한 준비를 시행하고 있으며, 연구·교육·자금조달을 뒷받침하는 대책이 14차 5개년 계획 초안에 포함돼 내달 지도부에 제시될 전망이다.
중국 국무원은 최근 반도체 제조기업에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주는 정책을 발표했는데, 15년 이상 운영해온 반도체 제조기업이 28나노 이하를 고도화 공정을 적용할 경우 최대 10년간 법인세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또 65나노 이하 28나노 초과 반도체 공정을 적용하는 기업에는 5년간 법인세를 면제하고, 이후 5년간 세율을 낮춰주기로 했다. 세제 감면 혜택은 처음으로 흑자를 내는 해부터 적용된다.
중국의 이 같은 정책은 미국의 규제조치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미국은 화웨이를 대상으로 한 강화된 ‘반도체 제재’를 발표했다.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에서부터 생산 장비에 이르기까지 미국 회사들의 기술이 포함되지 않은 반도체는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이번 제재는 사실상 화웨이가 반도체 부품을 전혀 구할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화웨이는 중국 반도체 회사를 통해 부품을 구할 수도 있지만,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미세공정이 상당히 뒤처져 있는 탓에 고효율 제품을 구현할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이번 정책은 중국이 반도체 초미세화 공정을 앞당겨 미국의 제재를 돌파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까지 7나노 이하 미세공정 기술을 갖춘 기업은 삼성전자와 TSMC가 유일하다.
현재 두 업체가 보유한 양산 기술 수준은 5나노다. TSMC는 최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에서 2나노 제품 양산 계획을 처음으로 밝혔다. 삼성전자는 4나노 공정 개발과 양산을 차질 없이 준비 중이다.
최근 들어 삼성전자는 IBM과 엔비디아로부터 잇따라 생산수주를 따내고, 세계 최대 규모의 평택 2라인을 가동해 10나노급 모바일 D램 생산에 돌입하는 등 TSMC와 격차를 줄여가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TSMC가 53.9%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17.4%의 점유율로 추격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28㎚ 수준에 머물러 있다. 중국 반도체 기업 가운데에서는 28㎚ 공정 개발에 성공한 SMIC(파운드리 시장점유율 4.5%)가 중국 정책의 최대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파운드리 5위 기업인 SMIC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대만의 TSMC가 미국 정부 압력으로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하자 중국은 SMIC를 대안으로 세우고 있다. 중국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SMIC는 코로나19 악재 속에서도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7% 성장하는 성과를 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등에 업어도 당장 초미세 공정에서 삼성전자와 TSMC를 따라잡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집중적인 중국 정부의 지원과 기술 개발 속도를 고려하면 결코 안심할 수 없다. 디스플레이나 스마트폰처럼 가격 경쟁력을 갖춰 한국의 입지를 충분히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