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까지 겹친 최악의 경영환경에 정유사들이 일본의 정유 산업을 반면교사 삼아 사업 다각화 등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6일 페트로넷에 따르면 일본 정유사 에네오스 홀딩스(ENEOS Holdings)는 최근 코로나19 펜데믹(전 세계 대유행)으로 석유 수요가 예상보다 많이 감소하면서 정제시설 통폐합을 추진하고 저탄소 에너지 공급업체로의 변모를 꾀할 것이란 계획을 발표했다.
이미 에네오스는 지난해 일본 석유 수요가 연간 2% 감소했고 2040년에는 절반으로 줄 것이란 가정하에 장기적으로 사업 전략을 변경했으나, 코로나19가 이 변화에 가속도를 붙인 것이다.
에네오스는 11개 정제시설을 운영하며 총 정제능력이 하루 193만 배럴(b/d)에 달하나, 올해 2분기 정제가동률은 68%로 2010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오사카 정제시설(11만 5000b/d)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본의 전체 정제능력은 340만 b/d로 위축됐다. 1980년대 594만 b/d에 달했던 정제능력이 40% 이상 줄어든 것이다.
이미 일본의 정유 산업은 수차례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정부 주도로 15개에 달했던 석유회사들은 4곳으로 줄었고, 최근 이마저도 다시 조정에 들어가 에네오스와 이데미츠 코산 등 2개사만 남았다.
그러나 살아남은 정유사마저 시황 악화에 따른 수요 감소를 막지 못하고 정제능력까지 축소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업계에선 고령화와 연료 소비 위축 등 같은 사업환경에 처한 국내 정유사들도 선제적으로 시장 악화에 대응해야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순히 정제시설을 합리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업 다각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 시장은 다양한 도전에 맞닥뜨린 상황”이라며 “국내 정유사들도 이를 인식하고 선제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가 정유 부문에만 치중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정유사들은 비(非) 정유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성에 나섰다. 디지털 전환(DT) 등 혁신 기술을 접목해 성장동력 마련에 힘쓰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그린 밸런스(Green Balance) 2030’을 비전으로 설정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와 소재 사업과 저탄소 바이오 연료, 친환경 윤활유·아스팔트, 초경량 자동차 소재와 같은 친환경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또한 친환경 윤활유 등 미래에 맞춘 제품을 선보이는 한편, 자회사인 현대케미칼을 통해 정유 부산물 기반 석유 화학 공장을 신설하는 ‘HPC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GS칼텍스는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 및 신규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해 올레핀 사업에 투자하는 한편, 바이오 연료 등 친환경 제품 개발 및 상업화에도 한창이다. 에쓰오일(S-OIL) 또한 잔사유 고도화시설(RUC)과 다운스트림(ODC) 시설 등 석유화학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