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직원을 대상으로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공유했다는 등의 이유로 해고된 MBC 카메라 기자가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 무효 소송 2심에서 승소했다. 앞서 1심은 회사의 해고가 정당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바 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부(재판장 윤승은 부장판사)는 권모 기자가 MBC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 등 청구 소송에서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하고, 해고당한 날부터 복직 시까지의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MBC 노조)는 2017년 8월 기자회견을 열어 "회사가 카메라 기자들을 대상으로 블랙리스트 문건을 만들어 인사에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권 기자는 김장겸 전 사장 시절 내부 블랙리스트 문건 작성자로 지목되면서 인적 청산을 강조한 최승호 전 사장 취임 이후인 이듬해 5월 해고됐다.
권 기자가 작성한 문건은 회사에 대한 충성도, 노동조합 참여도에 따라 동료 카메라 기자의 성향을 4등급(격리대상, 방출대상, 주요관찰대상, 회유가능)으로 구분한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와 '요주의 인물 성향' 등이다.
MBC는 권 기자의 해고 사유로 △문건 작성으로 복무 질서를 어지럽힌 점 △문건에 기초해 '인사이동안'을 인사권자에게 보고해 부당노동 행위에 가담한 점 △문건을 다른 사람과 공유해 명예훼손·모욕죄에 해당하는 불법 행위를 저지른 점 등 세 가지다.
권 기자는 해고 무효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1심은 세 가지 해고 사유 가운데 인사이동안을 보고했다는 점은 사실관계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나머지 2건의 징계 사유만으로 사회통념상 고용 관계를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권 기자가 문건을 다른 사람과 공유해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부분도 징계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권 기자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MBC 노조에 반하는 성향을 가진 선배 카메라 기자 2명과 문건 내용을 공유했을 뿐 그 외에는 문건을 유출하지 않았다"며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문건 내용이 전파될 가능성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울서부지검이 2018년 6월 권 기자의 명예훼손 혐의를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한 것을 근거로 전달 행위가 명예훼손이나 모욕의 불법 행위를 구성한다고도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문건을 작성해 복무 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징계 사유만으로는 고용 관계를 이어갈 수 없을 정도로 비위 행위의 정도가 무겁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해고 처분은 징계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것으로 무효"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