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막내 대법관에 48세 슈퍼맘 점찍은 진짜 이유는?

입력 2020-09-27 17:10 수정 2020-09-2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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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고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의 후임으로 에이미 코니 배럿 제7연방 고법 판사를 지명했다.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고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의 후임으로 에이미 코니 배럿 제7연방 고법 판사를 지명했다.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의 후임으로 48세의 에이미 코니 배럿 제7연방고법 판사를 서둘러 지명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낭독한 성명에서 “그녀의 능력은 타의 추종을 허락하지 않고, 경력에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다”며 새 대법관에 지명한 배럿을 극찬했다. 이어 “미국의 안전과 자유, 번영을 지킬 것”이라며 “배럿만큼 이 목적에 가장 적임자는 없다”고 강조했다. 배럿은 “능력만큼 직무를 완수 맹세”라고 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법관 지명은 이번이 세 번째다. 배럿 지명이 승인되면 여성으로는 다섯 번째 대법관이 된다. 또 연방대법관 9명 중 보수파 판사는 자유주의에 대해 6대 3의 비율이 돼 대법원의 보수화가 선명해진다. 대법원에서 보수 성향의 판사가 다수이면, 낙태의 권리를 대폭 제한하거나 종교에 관한 개인의 권리 강화, 총기 소지에 관한 권리 확대, 성적소수자(LGBT)의 권리 확대 제한, 투표권의 새로운 제한 등 민감한 이슈에서 미국을 우경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재선을 놓치더라도 대법원은 수십 년 동안 트럼프의 영향이 남아 있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 점을 노리고 서둘러 배럿을 지명한 것으로 보인다.

배럿은 가톨릭 명문 노트르담대학 로스쿨을 거쳐 “인공 임신 중절에 헌법상의 권리는 없다”고 주장한 보수파 중진 고 안토닌 스캘리아 전 대법관의 법률 서기를 지냈다. 트럼프 정권과 가까운 법조계 보수단체 ‘페더럴리스트 소사이어티(Federalist Society)’에도 속해 있다.

배럿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된 건 2017년 의회 청문회장이었다. 야당인 민주당 소속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 의원이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배럿에게 “교리는 당신에게 큰 존재다”라며 신앙심 때문에 공정한 판단을 할 수 없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이에 반발한 보수 세력이 파인스타인의 발언을 적은 티셔츠와 머그컵을 만들어 배럿 옹호 운동을 벌이면서 배럿은 유명세를 탔다.

그는 현재 입양아 2명을 포함해 7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다. 배럿은 26일 성명에서 “판사로 재직하면서도 가정에서는 자녀 픽업을 하는 운전사이자 생일파티 플래너 등을 하고 있다”며 친근감을 어필했다. 트럼프도 “배럿이 승인되면 학교에 다니는 나이의 자녀를 둔 어머니가 처음으로 대법관이 된다는 위업을 이룩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대법원의 판단은 미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1973년 대법원은 낙태를 ‘헌법이 인정하는 여성의 권리’라는 역사적 판결을 내렸다. 2019년 이후 보수 색채가 강한 주(州)에서는 태아 심박동이 확인되거나 임신 8주가 경과하면 낙태를 금지하는 법률이 잇따라 생겨났다. 낙태에 엄격한 조건을 붙여 사실상 어렵게 만드는 식이다. 반대 소송도 잇따르고 있어 대법원으로 올 가능성이 있는 주의 낙태 제한이 적어도 17건이다. 배럿이 취임하면 대법원이 주법을 합헌이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배럿은 또 의료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에 담긴 개인의 가입 의무를 대법원이 2012년에 합헌이라고 판단하자 “법을 확대 해석한 것”이라며 일부 판사를 비판하기도 했다. 트럼프 정권은 6월 오바마케어 무효를 대법원에 신청, 11월에 심리가 예정돼 있다. 저소득층에 혜택이 큰 오바마케어법의 존속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이민정책에 대해 배럿은 생활 보호를 받는 이민 영주권 취득을 제한하는 트럼프 정권의 정책을 지지하는 만큼 엄격한 불법 이민자 대책을 인정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48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의 배럿을 기용한 이유는 결국 자신이 백악관을 떠난 후에도 자신의 정책이 오랫동안 유지되게 하려는 속셈에서다. 배럿이 18일 별세한 긴즈버그처럼 87세까지 재직하면 40년 가까이 영향력을 갖게 되며, 판사 평균 재직기간(16년)을 크게 웃돈다. 트럼프 정권에서 승인된 다른 2명의 보수 성향 판사도 지명 시 각각 49세와 53세로 젊었다. 종신제를 십분 활용해 대법원의 보수화를 장기화하려는 의도가 역력하다.

또 트럼프가 11월 대선에서 재선에 실패해 조 바이든 정권이 탄생하더라도 대법원이 바이든 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예를 들어 바이든은 트럼프 정권이 도입한 이슬람 국가에서의 입국 제한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대법원이 18년으로 제한을 인정했을 때는 당시 보수파 5명이 찬성했다. 여기에 배럿이 더해지면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이 매우 낮아진다.

대법관 인사는 상원(정수 100)의 승인이 필요하다. 상원은 공화당이 과반수인 53석을 쥐고있어 배럿의 승인은 확실해 보이지만 민주당의 저항은 불을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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