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중 먼저 연락을 줘 반가웠는데, 올해 3월부터 휴업 상태였다가 며칠 전인 9월부터 팀장급 이상에 한해 주 3일 출근을 하게 됐다는 근황을 전해줬다. 답답하고 화도 났으련만 그나마 3일 출근이라도 할 수 있는 데 대한 감사함과 함께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을 거라는 불안함도 함께 묻어 있었다. 의례적인 위로의 말은 부질없다 싶어 별스러운 말을 보태지 못했다.
조금 수그러들던 코로나19이 재확산 되면서 근근이 버텨왔던 장애인 다수고용 사업장들도 경영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에 따라 장애인 노동자들의 고용도 불안해지고 있다.
‘모두가 어렵다. 좀 더 참고 견디자’라는 메시지가 연일 매체를 통해 흘러나오지만 현실적인 위로로 삼기에는 부족함이 크다. 삶의 터전이 위협을 받는 이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정부는 가용할 수 있는 인력과 예산을 모두 동원해 밤낮없이 정책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모든 업종에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간을 60일 연장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장애인 일자리는 좀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보니 장애인을 다수 고용한 사업장은 이런 지원이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인 격이다. 또한 장애인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이 고용유지지원금은 장애인고용 장려금과 이중 수급이 가능하도록 발 빠르게 조치했고, 장애인고용 장려금 신청도 분기에서 월 단위로 단축해 지급하고 있다.
어려움을 타개할 정책적 지원은 정보전달이나 홍보도 매우 중요하다. 상황에 맞는 지원책을 마련했어도 정작 그 정책의 수혜자가 알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아니겠는가. 장애인 노동자들에게는 특히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해 줘야 한다. 발달장애인에게는 필요한 정보를 쉽게 설명해 줄 방법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경제적인 문제는 당연히 경제적 해법을 동원해야 하지만 그밖에 비경제적 영역도 중요하다. 갑자기 휴직해야 하는 상황, 근무 일수가 줄고 이에 따라 급여가 삭감되는 상황에 대한 이유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거나 조정되지 못하면 자칫 현실에서는 차별행위로 이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도 정확한 상황에 대한 이해와 협의가 필요하다. 해당 사업장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터놓고 이야기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장애인 근로자는 어디에서 이런 마음을 터놓을 수 있을까. 노동시장에 진입한 장애인에게 취업 초기 단계부터 직업생활을 지속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전담기관인 ‘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가 올해 전국 3곳(서울·광주·부산)에 문을 열었는데 뜻하지 않은 코로나19 사태로 막연한 불안감과 답답함에 전문적인 상담을 의뢰하는 사례가 예상보다 많다고 한다.
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는 상시 근무하는 전문 상담원을 두고 장애인 근로자가 직장 생활에서 겪게 되는 고충을 상담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전문적인 노무상담, 법률지원, 심리상담, 교육프로그램 등도 실시하고 있다. 장애인 근로자의 직업안정을 위해 만들어진 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의 필요성을 공감해 정부에서도 내년에는 3곳을 추가로 개설할 수 있도록 재원을 마련해 줬다.
어려운 상황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길을 찾지 못하고 있을 때, 공감의 언어가 동반된 한 번의 상담이 장애인 근로자에게는 희미하고 작으나마 어떤 희망이 될 수 있다. 어려운 시기 ‘장애인 일터 지키기’는 우리 모두가 함께할 때 가능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