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이온큐는 최근 32개의 큐비트를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양자컴퓨터 시스템을 내놨다. 회사 측은 지금까지 구축된 양자 컴퓨터 중 가장 강력한 능력을 보인다고 강조했다.
양자 컴퓨터는 물리량의 최소 단위인 양자(quantum)를 이용해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수백만 배 이상의 연산이 가능한 차세대 컴퓨터다.
기존 컴퓨터는 0 아니면 1의 값을 갖는 비트 단위로 정보를 처리하지만, 양자컴퓨터는 0과 1이 동시에 될 수 있는 '큐비트(qubit)' 단위로 연산한다.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대량의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어 ICT(정보통신기술)는 물론 의료, 제약, 자동차, 항공우주, 국방 등 대부분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현재 IBM, 구글,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 삼성전자 등 글로벌 IT 기업이 저마다 독특한 방식으로 양자컴퓨터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초전도 큐비트(IBM 구글 등), 이온트랩(아이온큐), 반도체 양자점(인텔) 등의 방식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삼성이 투자한 아이온큐는 이온트랩 방식으로 양자컴퓨팅 기술이 가장 뛰어난 기업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온트랩 방식은 물질의 원자를 전기적 성질을 가진 이온으로 만든 뒤 빛과 자기장으로 조절한다. 다른 양자컴퓨터가 극저온 상태에서 동작하는 것과 달리, 상온에서도 가능하다. 또 초전도 큐비트 방식보다 계산 결과가 더 정확하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아이온큐에 650억 원을 투자한 이유다.
아이온큐 창립자 김정상 CTO(최고기술책임자)는 "우리의 고유한 아키텍처는 아이온큐가 빠르게 성장하고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완벽하게 만드는 토대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특히 삼성이 반도체를 개발하면서 축적한 초소형화를 비롯한 다양한 기술을 아이온큐 양자컴퓨터 기술에 접목한다면 사상 처음 양자컴퓨터 대량생산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차세대 양자 컴퓨터는 큐비트를 기존 11개에서 32개로 늘렸다. 32개의 양자 상태를 연산에 사용하면 약 40억 개의 연산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현재의 컴퓨터로 40억 초(약 126년)가 필요한 하나의 연산을 양자컴퓨터로는 단 1초에 끝낼 수 있다.
더 나아가 64개의 양자 상태를 활용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는 현재의 고성능 컴퓨터가 1만 년에 걸쳐 수행해야 할 연산을 단 1초 만에 완료할 수 있다.
아이온큐는 매년 큐비트를 두 배 이상 늘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에 양자컴퓨팅 기술을 제공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양자컴퓨터를 미래의 유망 분야로 주목하고, 스타트업 투자 및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SSIC)가 운영하는 '삼성캐털리스트펀드'가 아이온큐에 투자를 단행해 주목받았다. 같은 해 9월엔 삼성 '넥스트 Q펀드'가 양자 컴퓨터 관련 소프트웨어 업체 '알리오 테크놀로지'에 투자했다.
이달 초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이 지원한 포스텍 물리학과 이길호 교수 연구이 차세대 양자정보기술 상용화를 위한 원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달 최상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또 삼성은 역시 양자컴퓨터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광주과학기술원(GIST) 화학과 이호재·서지원 교수 공동연구팀을 삼성미래기술육성 사업 과제로 선정했다.
손영권 삼성전자 최고전략책임자(CSO) 사장은 “양자컴퓨터 기술은 현재 초기 단계지만 트랜지스터, 레이저, 스마트폰처럼 삶의 일상을 확 바꾼 혁신기술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신약, 인공지능(AI), 획기적인 신재료 등 분야에서 혁신을 불러올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