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업계가 미래차 시대로의 체질 개선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부품사의 39%만이 미래차용 부품을 생산ㆍ개발하고 있고, 이들 중 수익을 내는 곳은 17%에 불과했다.
자동차산업연합회는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자동차 부품산업 미래차 전환 실태조사 결과 및 정책건의’를 주제로 제10회 자동차산업 발전 포럼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시스템산업실장은 발표에서 “전기차 전환 시 부품의 성격에 따라 생태계 변화가 예상된다”라며 “국내 중소 부품업체는 전속적인 납품구조, 취약한 원가구조 등 부품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라며 부품업계의 미래차 전환 대응에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자동차산업연합회가 국내 완성차 5사에 납품하는 185개 부품기업을 조사한 결과, 동력계 부품업체 중 68.2%가 매출 축소를 우려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래차 부품을 생산하거나 개발 중인 기업은 39.6%에 그쳤다. 조사 범위를 연 매출 500억 원 미만 기업으로 좁히면 이 비율은 16.1%로 낮아졌다. 매출이 낮은 기업일수록 미래차로의 체질 전환이 더딘 것이다.
정작 미래차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기업 중 수익을 내는 기업은 17.8%에 불과했다. 21.8%는 양산을 시작했지만, 수익성이 확보되진 않은 상태였다.
미래차 관련 부품을 양산하기까지는 평균 32.8개월, 최장 84개월이 소요되고, 부품 1개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생산ㆍ개발비용은 총 13억1500만 원(개발비 5억2900만 원, 설비비 11억61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품업계는 미래차 연구개발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로 자금 부족을 꼽았다. 35.6%가 이같이 답했고, △연구 인력 부족 △원천기술 부족 등을 선택한 곳도 각각 20%에 달했다.
기업 대부분이 자금 부족을 호소하고 있었지만, 69.4%는 정부가 지원하는 미래차 전환 사업을 이용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지원 요건이 까다롭고, 지급 규모가 적은 점이 이유였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가장 시급한 지원책으로 49.3%가 ‘자금지원’을 선택했다. 효과적인 자금지원 방식은 △저리의 정책금융 지원확대(67.1%) △신용대출ㆍ보증확대(16.8%) △미래차 전용 투자펀드 조성(10.7%)으로 조사됐다.
미래차 전환을 위해 설비투자가 필요하지만, 조달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기업도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기업 45.9%는 “새로운 설비가 필요하지만, 조달방안이 미확정 상태”라고 답했다.
미래차 대응계획이 없는 기업의 77.1%는 “진출품목 등 대응방법을 모른다”라고 답해 정보제공과 컨설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 회장은 “조사대상 부품기업들은 자체 자금으로 부품을 개발하고 있지만, 수익을 내는 기업은 17%에 불과하다”라며 “부품업계가 투자는 늘려가는 데 투자액 회수에는 장기간이 소요돼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이라 진단했다.
이어 “이상에 치우친 정책보다는 현실적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최소 6년 거치 10년 분할상환 등 특별 대출프로그램이나 신보나 기보 등의 특별보증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필요하면 금융기관의 ‘미래차 투자 펀드’ 조성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