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한국의 경제정책이 기업경영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미국의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Heritage Foundation)의 창립자이자 아시아연구센터 회장인 에드윈 퓰너(Edwin Feulner)<사진>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8일 밝혔다.
헤리티지 재단은 매년 주요국가의 경제 자유도(Economic Freedom Index)를 평가ㆍ발표하는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 중 하나다.
최근 도입이 급속도로 논의되고 있는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통합감독법 개정안 등 '공정경제 3법'에 대해 퓰너 회장은 “이 법안을 공정경제법이라고 부르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으며 누구에게 공정하다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행동주의 펀드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앉히려는 공격적인 시도를 할 때 기업의 방어 능력을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공정성’과 ‘기업 감독 선진화’를 명분으로 한 이 개정안은 한국의 민간 부문과 기업의 근간에 득보다 실을 더 많이 안겨줄 것이며 정부 주도의 법적 절차를 통해 기업을 규제하는 또 다른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근 도입 추진 중인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가입을 허용하는 노조법 개정안과 노동이사제 등에 대해서도 “본래 의도한 정책 효과를 얻지 못할 것으로 우려되고 오히려 노조는 더욱 정치화될 것”이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퓰너 회장은 “자유는 다른 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노동시장에서도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증세 정책에 대해서는 “특히 수년간 법인세와 양도소득세가 오르면서 조세 부담률이 18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로 치솟은 것은 우려스럽다”라고 운을 뗐다.
헤리티지 재단이 발표하는 경제 자유도 지표에 따르면 한국의 조세 부담(Tax Burden) 자유도는 2018년 73.3점에서 올해 63.9점으로 급감했다.
그는 “대기업에 대한 조세 의존도가 높은 불균형적 과세 체계는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악화했고 이러한 체계는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국가의 장기적 경쟁력에 이롭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퓰너 회장은 “한국의 최고 개인소득세율은 42%에서 내년 45%로 OECD 평균인 약 35%를 훨씬 웃도는 수준으로 인상될 예정”이라며 이번 세율 인상은 한국 경제의 가장 생산적이고 성공적인 집단에 더 큰 세 부담을 안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퓰너 회장은 이런 증세 정책은 세율을 낮추는 다른 선진국과의 경제정책과 상반된다고 짚으며 “자유롭고 활력 있는 한국경제를 촉진한다는 차원에서 볼 때 잘못된 방향으로의 움직임”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이 헤리티지 재단 경제 자유도 지수 중 '기업자유도(Business Freedom)' 항목에서 2013년~2014년 높은 점수(92.8~93.6)를 기록하다가 올해 90.5점으로 퇴보한 것에 대해서 퓰너 회장은 “기업자유도 항목은 규제 완화 과정의 폭과 깊이를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측정하기 때문에 규제개혁의 속도와 강도가 중요하다”며 “수년간 규제개혁을 진전시킨 나라가 많아졌는데 한국은 유감스럽게도 개혁 레이스에서 뒤처져있다”라고 밝혔다.
퓰너 회장은 “벤처기업 혼자만의 힘으로 개발하거나 상용화할 수 없는 혁신 사업 영역에 대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싸워야 할 포식자로서만 대기업을 대한다면 혁신은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규제 완화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공무원 증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의무화, 하청 근로자 직접 고용 등 기업에 친화적이지 않은 정책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경제 자유도를 높이기 위해서 가장 급선무인 부문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서 퓰너 회장은 “자유와 기회, 경제적 번영이 모든 국민에게 미치려면 법치주의 원칙, 즉 법률에 따라 각 개인에게 평등한 정의와 경제에 대한 정부 개입 제한이 중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최근 한국은 정부재정지출 관리 등의 부문에서 실망스러운 성과로 인해 높은 수준의 개방 시스템을 갖춘 한국 경제의 잠재적 이익이 감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어야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혁신을 거듭할 수 있을 것이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한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의 경제 자유도를 높이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 완화와 지원을 요청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