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 새 민간 부문의 GDP 성장기여도가 급감한 데에 기업 신진대사의 부진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3일 발표한 ‘국제비교로 본 우리 기업의 신진대사 현황과 정책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 새 민간부문의 GDP 성장기여도는 2011년 3.6%에서 2019년 0.4%까지 급격히 하락했다. 대한상의는 기업 신진대사 부진이 기여도 하락의 중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10년간 '글로벌 100대 기업'에 신규 진입한 한국 기업은 하나도 없었다. 같은 기간 미국은 9개, 중국은 11개, 일본은 5개 기업이 새로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100대 기업'은 매출ㆍ자산ㆍ시총ㆍ순이익 등을 종합해 포브스가 선정하는 순위다.
올해 발표된 ‘글로벌 100대 기업’의 국가별 분포 역시 한국은 1개(삼성전자)로 미국(37개), 중국(18개), 일본(8개) 등 주요국에 비해 적다.
한국과 미국의 ‘10대 기업 입출 현황(매출액 기준)’을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최근 10년간 미국은 10대 기업 중 7개가 바뀌는 동안, 한국은 단 3개만 교체(기아차, 현대모비스, KB금융그룹 진입)됐다. 교체된 기업의 업종을 분석해 보면, 미국은 에너지ㆍ제조업이 ITㆍ헬스케어 등 신산업으로 대체됐지만, 한국은 신산업분야의 출현이 전혀 없었다.
대한상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4차산업 혁명 물결이 가속화되고 있어 혁신 강국과의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라며 “신산업 구조전환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유념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부의 순환을 상징하는 자수성가 기업인 비중 역시 세계 평균보다 낮았다.
대한상의가 3월 발간된 포브스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10억 달러 이상 자산가 중 자수성가 기업인 비중은 한국이 57.1%로 미국(70%), 중국(98%), 영국(87%), 일본(81%) 등 주요국보다 크게 낮았다. 세계 평균인 69.7%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한상의는 “미국이나 중국에서는 신산업분야 스타트업이 새로운 기회에 올라타 성공담을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지만, 국내에서는 기득권 보호 장벽과 신산업 위험성을 원천 봉쇄하는 수준의 법 제도가 기업의 성장을 제약하고 있다”라며 “창업을 통한 부의 순환에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대한상의는 기업 신진대사의 가장 아랫단인 창업 풍토에도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창업기업 중 기술에 기반을 둔 ‘기회형 창업’의 비중은 올해 상반기 14.4%에 그쳤지만, 생계 목적 등 비(非) 기회형이 대부분으로 그 비중은 85.6%에 달했다.
기회형 창업기업 비중의 변동 추이를 봐도 2016년 상반기 16.5%에서 올해 상반기 14.4%로 소폭 감소했다. 그동안 오르내림이 반복됐음을 고려하면 사실상 4년째 제자리에 머무는 셈이다.
대한상의는 “창업의 62.3%, 폐업의 65.8%가 생계형 업종인 부동산과 요식업, 도소매업에서 주로 일어나고 있다”라며 “레드오션임을 알면서도 진입장벽이 낮아 쉽게 진입하고 쉽게 망하는 ‘Easy come easy go’ 생태계가 형성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2014년 OECD 통계를 보면, 국내 생계형 창업 비중은 63%로 미국(26%) 등 주요국보다 높은 데 반해, 기회형 창업 비중은 21%로 주요국(미국 54%)보다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문태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기회형 창업이 늘고 자수성가 기업인이 많이 나와야 경제ㆍ사회 전반의 규칙이 속도감 있게 바뀌며 투자와 혁신이 촉진된다”라며 “현행법 제도는 ‘정해진 것만 가능’해 ‘없는 것을 창출’해야 하는 신산업ㆍ스타트업들의 기회를 원천 제약하는 만큼 낡은 법제도 전반의 혁신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