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황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를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업체들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23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영국의 리튬황 배터리 업체 옥시스(OXIS) 에너지는 이르면 내년 리튬황 배터리를 출시할 예정이다.
리튬황 배터리는 양극재에 황탄소 복합체, 음극재에 리튬메탈 등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가벼운 재료들을 적용한 제품이다.
이론적으로 최대 에너지 밀도는 kg(킬로그램)당 2500Wh(와트시)다. 현재 전기차에 주로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이론상 최대 500Wh/kg라는 점을 고려하면 5배가량 높은 성능이다.
리튬황 배터리는 니켈, 코발트 등 값비싼 원자재를 쓰는 기존 제품들보다 가격경쟁력도 높다.
단, 전지의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고 오래 쓸수록 안전성이 떨어지는 것은 단점이다.
옥시스 에너지는 올해 초 471Wh/kg 밀도의 제품을 발표했다. 현재 많이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일반적으로 230Wh/kg 수준이다.
이 회사는 2023년 양산 체계를 갖추는 것을 목표로 브라질에 220MWh 규모의 생산 시설을 세우고 있다.
국내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리튬황 배터리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앞서 9월에는 이 리튬황 배터리를 탑재한 무인기가 최고 고도 비행 테스트에 통과하기도 했다.
배터리 밀도를 2배 이상 높여 2025년 양산 체제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전고체 배터리 또한 주요 차세대 배터리 중 하나로 꼽힌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바꾼 제품이다. 화재 등 배터리 안정성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전해액 자체를 제거한 것이다. 그만큼 전고체 배터리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성이다.
에너지 밀도 또한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기존 배터리에서 안전을 위해 탑재한 부품을 줄인 만큼, 배터리 용량을 높이기 위한 소재를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충전 시간도 현재 30분~1시간 수준에서 5~10분까지 줄일 수 있다.
최근 일본 도요타에서 10분 만에 완전히 충전해 500㎞를 달릴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내년 이 배터리를 장착한 시험차량을 공개하고, 2020년대 초반부터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삼성SDI가 2027년 이후를 양산 시점으로 삼고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최근 전고체 배터리를 비롯해 차세대 배터리 기술 연구를 위한 인력 채용에 나섰다.
한편, 최근 애플의 전기차 개발 계획 발표와 함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도 주목받고 있다.
CATL 등 중국 배터리 업체에서 주로 만드는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안전성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 단, 주행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은 것이 단점이다.
애플은 배터리 재료를 담는 파우치 등을 없애고 구조를 효율화해 배터리의 주행거리를 늘릴 계획이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배터리로 전고체 배터리가 가장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지만 동시에 수많은 방향으로 개발이 진행 중이라 나중에 무엇이 주력으로 떠오를지는 불투명하다"며 "더군다나 막대한 글로벌 자금들이 이 시장에 들어오면서 상황이 더 복잡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