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백신 투여량 변경에 대한 이웃 기관의 요구에 저항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빨라지면서 현재 미국 내에선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1차 접종을 하기 위한 여러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한 가지 방법은 영국에서 결정한 1차와 2차 접종 간격의 확대이고, 다른 한 가지 방법은 미국 백신 개발 프로그램인 ‘오퍼레이션 워프 스피드(OWS)’가 제안한 백신의 절반 투여다.
FDA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접종 간격을 늘리거나 투여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은 아직 임상 시험에서 연구되지 않았다”며 “공공의 건강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데이터와 과학에 근거한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혀 사실상 OWS의 요구를 거부했다.
앞서 OWS의 몬세프 슬라위 최고책임자는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모더나 백신의 절반 투여가 접종 속도를 높이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슬라위는 “모더나 백신의 경우 18세에서 55세 사이 사람들에게 투여량의 절반(50㎍)을 2회 접종했을 때 100㎍을 접종한 사람과 같은 면역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를 토대로 FDA와 절반 투여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성명은 과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백신 승인 압박을 받으면서도 안전성을 강조하던 FDA 고유의 방식을 상징하는 사례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예일대의 제이슨 슈워츠 공중보건학 교수는 “FDA는 백신에 대해 정말 잘 처신한 것”이라고 FDA 입장을 옹호했다.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는 연말까지 2000만 명의 미국 시민이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이날 기준 아직 접종자 수는 473만 명에 머물고 있다. OWS의 절반 투여 요구도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등장했다.
스티븐 한 FDA 국장은 “우린 투여량을 바꾸려는 일련의 논의들이 더 많은 백신 투여를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에 기초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다만 적절한 과학적 증거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이러한 변화는 궁극적으로 공중보건에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에선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총 1만8462명이 코로나19로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하루 평균 2600여 명 꼴로, CNN방송은 “지난주 미국에선 33초마다 1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