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역대 한미 정상 첫 통화 중 가장 늦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통화를 가진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폭설 등 긴급한 미국 내 사정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정상 통화는 지난달 20일(미국시간) 바이든 취임 이후 14일 만이다. 2000년대 들어 미국 대통령이 바뀐 뒤 이뤄진 한미 정상통화 중 가장 늦은 시점에 이뤄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1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취임 후 4일 만에,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9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취임 후 13일 만에 정상통화를 했다. 2017년 1월에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한 지 9일 만에 통화했다.
이는 코로나19 백신 보급과 관련 예산안 처리 등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바쁜 일정을 소화한데다 최근 폭설로 백신 접종이 중단되는 등 비상 사태가 겹치면서 생겨난 일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
실제로 바이든은 지난달 27일 스가 히데요시 일본 총리와 통화한 후 이날 문 대통령과 통화하기 전까지 다른 나라와 정상통화를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바이든이 긴급사안을 처리한 후 문 대통령과 가장 먼저 통화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한미 동맹의 상징성과 중요성을 감안하면 한미간 정상통화 시점이 다소 늦은 감이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시징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여전히 이어지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바이든과의 통화에 앞서 시 주석과 먼저 통화한 것을 미국이 달가워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게다가 문 대통령의 시 주석의 통화 직후인 27일 미일 정상통화가 이뤄지면셔 미국이 한미 동맹보다 미일 동맹에 더 무게감을 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통화 시점은 큰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 일본과 먼저 통화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누가 먼저인지보다 내용이 중요한 것"이라며 의미부여를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