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원장 증인으로 출석해 “몸 곳곳에 멍과 상처”
“너무 말라서 병원에 데려 갔더니 ‘아동학대 의심 신고’ 권유”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것으로 조사된 16개월 아기 ‘정인이’가 처음 어린이집에 온 직후부터 온몸에서 멍과 상처가 발견됐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어린이집에 등원하지 않은 2개월 사이 기아처럼 말랐다는 증언도 나왔다.
1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는 정인이 양모 장 씨에 대한 살인 및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 양부 안 씨에 대한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등) 혐의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정인이가 다녔던 어린이집 원장 A 씨는 이날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정인이가) 어린이집에 등원할 때마다 몸 곳곳에서 흉터와 멍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에 원생이 아침에 등원할 때마다 원생의 신체를 점검하는데, 정인이 몸에서 수차례 흉터와 멍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A 씨는 상처에 대해 “멍과 긁혀서 난 상처였다. 대부분이 멍이었다”고 했다. 또 “장 씨에게 정인이 몸에 난 상처의 원인을 물었더니 장 씨는 ‘잘 모르겠다’거나 대부분 ‘부딪히거나 떨어져서 생긴 것’이라고 답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정인이 몸에서 멍과 상처가 빈번히 발견됐고, A 씨는 결국 지난해 5월 아동보호전문기관(이하 아보전)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A 씨는 아보전에 신고할 당시 상황에 대해 “담임이 불러서 갔더니 다리에 멍이 들어 왔다. 배에는 상처가 나서 왔고, 항상 얼굴이나 윗부분 상처가 생겼다가 아래 부분 멍이 들어 많이 놀랐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검사가 “정인이와 비슷한 연령 아이들이 허벅지에 멍이 들고, 배에 상처가 생길 가능성이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A 씨는 “없다”고 답했다.
A 씨는 “장 씨가 정인이의 상처에 대해 ‘양부의 베이비 마사지로 멍이 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면서 “신고를 해야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이가 상처가 나서 왔다”고 증언했다.
장 씨는 정인이를 지난해 7월까지 등원 시키고, 약 2개월간 가족 휴가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이유로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인이가 어린이집에 등원하지 않은 동안 ‘기아처럼 말랐다’는 증언도 나왔다.
A 씨는 9월 정인이가 다시 어린이집에 등원했을 때 모습에 대해 “너무나 많이 야위었고, 안았을 때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았다”며 “겨드랑이 살을 만져봤는데 쭉 가죽이 늘어나듯이 겨드랑이 살이 늘어났다. 살이 채워졌던 부분이 다 (빠졌다)”고 말하며 오열했다.
이후 A 씨는 인근 병원으로 정인이를 데려갔다고 했다. 병원에 데려간 이유에 대해 “어린이집에서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지 궁금했다. 아이가 너무나도 말라있었고,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다리를 이렇게 떠는 애는 처음봤다. 너무 무서워서 병원에 데리고 갔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소아과 의사가 정인이 입 안에 난 상처와 체중 감소를 이유로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해야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장 씨는 정인이를 병원에 데려간 것에 대해 어린이집에 항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A 씨는 지난해 10월 12일 정인이가 마지막으로 어린이집에 등원했을 때 “손과 발이 너무 차가웠다”면서 “정인이가 모든 걸 다 포기한 모습이었다”고 증언했다. 머리에는 빨간 멍이 든 상처가 있었고, 몸은 말랐지만 배만 볼록하게 나온 모습이었다고 기억했다. 정상적으로 어린이집에 등원할 만한 상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정인이는 지난해 10월 13일 사망했다. 장 씨는 당초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됐지만, 지난달 13일 열린 첫 공판에서 살인죄 혐의가 추가됐다. 검찰이 주위적 공소사실(주된 범죄사실)로 살인 혐의, 예비적 공소사실로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하는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고, 재판부가 이를 허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