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전 정권 때 전략적 인내는 대북한 전략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오바마 1기가 시작된 2009년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 핵 개발 위기가 일어났을 때 국제사회 지원과 평화적 수단을 병행해 북한의 자발적인 비핵화 결단을 유도한다는 의도로 전략적 인내를 처음 거론했다. 결과는 모두가 아는 것처럼 실패였다. 오바마의 8년 임기 동안 북한은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했다고 주장했으며 핵무기 실험을 강행했다. 이에 조엘 위트 전 미국 국무부 북한 담당관은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에 “전략적 인내는 전략적 실수와 마찬가지”라고 꼬집기도 했다.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을 다루는 데에도 실패했던 전략적 인내 카드를 오히려 대중국, 더 나아가 아시아를 다루는 핵심 정책으로 확대했다는 사실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25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중국에 일정한 전략적 인내를 갖고 접근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사키 대변인은 10일 자 일본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략적 인내라는 문구는 과거 특정 지역(북한)에 대한 정책적 접근을 묘사할 때 쓴 것”이라며 “인도·태평양 지역과 중국에 관한 포괄적 전략을 구축하는 데 전략적 인내 정책 프레임을 채택할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런 변명 자체가 바이든 정부도 전략적 인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사키 대변인의 해명에도 바이든 정권은 이미 전략적 인내라는 방침에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쿠데타로 민주주의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미얀마 사태에서 미국의 행동을 보면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는 11일 쿠데타에 책임 있는 미얀마 군부 인사 10명과 기업 3곳에 대해 거래 금지와 자산 동결 등 제재를 부과했다. 그러나 별다른 효과도 없는 제재 카드를 꺼내면 미얀마 사태가 끝나겠는가. 미국이 미적지근하게 움직이는 동안 미얀마 군부는 장갑차를 배치하고 시위대에 실탄을 발포하고 곤봉 세례를 퍼붓는 등 강경 진압을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의 미지근한 행동에 이해할 만한 여지가 있기는 하다. 미얀마와 중국의 연간 무역량은 2019년 약 170억 달러로 미국의 10배 이상이다. 미얀마에 대한 미국의 대외 원조는 지난해 1억8000만 달러로 인도주의적 수준에 그쳤다. 제재를 확대해 봤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오히려 미얀마가 중국과 더 밀착할 수 있다.
그러나 미얀마 사태가 바뀌기를 가만히 앉아서 바라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무력시위를 벌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특사라도 보내야 하지 않겠는가.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에서 보듯 미얀마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의 부상과 그로 인해 종속되는 것을 그 어떤 나라보다 경계하고 있다. 이 점을 활용하면 미국은 동남아에서 중국을 더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을 것이다. 전략적 인내 대신 전략적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북한 문제에서도 과거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 미국 싱크탱크 카토연구소의 테드 갈렌 카펜터 선임 연구원은 “바이든이 오바마 때와 비슷한 접근 방식을 채택하면 김정은이 북한을 본격적인 핵무기 강국으로 만들 것”이라며 “바이든은 의회와 안보 관련 관리들로부터 북한에 더 과감한 조치를 취하라는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바이든 정부는 북한에 대해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한반도의 위험한 긴장을 완화하려면 북한과의 정상적 관계 구축을 위한 점진적이고 힘든 과정을 밟아야 한다. 한국 정부와도 대북 협상에서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도,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톱다운 방식도 모두 실패했다. 바이든은 안일하게 케케묵은 전략적 인내에 집착하는 대신 제3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baejh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