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StopAsianHate"…세계가 '애틀랜타 참사'에 분노하는 이유

입력 2021-03-1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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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의 목숨을 앗아간 애틀랜타 총격 사건으로 미국을 포함해 세계 곳곳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와 폭력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 주요 도시에서는 거리 집회가 이뤄지고 있으며, SNS에서는 #StopAsianHate(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를 멈춰라), #AsianLivesMatters(아시아계 생명도 소중하다) 등의 해시태그를 담은 글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앞서 지난 16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는 21세의 백인 로버트 에런 롱이 마사지숍과 스파 등 3곳을 돌며 총격을 가해 한인 4명을 포함해 8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AP통신,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17일 밤(현지시간) 워싱턴DC· 뉴욕시·애리조나주 피닉스·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등지에서 추모객들이 거리로 몰려나왔다. (AFP연합뉴스)
▲AP통신,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17일 밤(현지시간) 워싱턴DC· 뉴욕시·애리조나주 피닉스·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등지에서 추모객들이 거리로 몰려나왔다. (AFP연합뉴스)

미국 곳곳에서 거리 집회…"아시아계 생명도 소중하다"

AP통신,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17일 밤(현지시간) 워싱턴DC· 뉴욕시·애리조나주 피닉스·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등지에서 추모객들이 거리로 몰려나왔다. 시위대는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를 멈춰라', '아시아계 생명도 소중하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며 구호를 외쳤다.

'아시아계 생명도 소중하다(Asian Lives Matter)'라는 문구는 지난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가혹 행위로 사망한 이후 인종 차별 항의 시위가 미 전역을 휩쓸 때 사용된 구호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lives Matter)를 연상시킨다. 이 구호는 이후 약자를 따 'BLM 운동'이라는 이름을 얻으며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 표시를 담은 고유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트위터 등 SNS에서도 같은 문구의 해시태그를 달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인종 혐오범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한국계 배우 겸 코미디언인 마거릿 조는 18일 트위터에서 "#StopAsianHate"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화가 난다. 이건 테러리즘이다. 이건 혐오범죄다. 우리를 살해하는 것을 멈춰라"고 호소했다. 이외에 아리아나 그란데, 루시 리우 등 유명 인사들이 해시태그 운동에 동참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타이거JK·에픽하이 타블로·박재범·씨엘 등 연예인들이 같은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을 올리고 아시아인 혐오를 멈춰달라는 목소리를 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일대 스파 두 곳과 마사지숍에서 발생한 연쇄 총격 사건의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21)의 모습. (AF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일대 스파 두 곳과 마사지숍에서 발생한 연쇄 총격 사건의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21)의 모습. (AFP연합뉴스)

애틀랜타 사건,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로 여겨져…경찰 대응도 도마에

많은 이들이 이번 애틀랜타 사건에 분노하고 있는 이유는 이번 총격 사건이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범죄'로 여겨져서다. 실제로 이번 사건으로 희생된 8명의 희생자 중 6명이 한인 등 아시아계 여성이었으며, 총격범인 에런 롱은 아시아계 종업원이 많은 마사지숍과 스파업체를 골라 총격을 가했다. 첫 총격이 발생한 장소가 '영스(Young's) 아시안 마사지'라는 이름의 마사지숍이었다는 점도 아시아계를 겨냥했다는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한편, 애틀랜타 경찰과 당국은 17일 피의자 롱이 성중독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으며 증오범죄로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었다. 앞서 용의자 롱은 체포된 뒤 경찰 초동 수사에서 총격 사건의 동기로 '성중독'을 주장했고, 경찰은 용의자의 진술을 그대로 발표한 것이다. 이후 비판 여론이 일자, 18일 경찰은 증오 범죄 기소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매릴린 스트리클런드 연방하원의원 등 한국계 의원들은 "애틀랜타 총격은 증오범죄"라며 '성중독'으로 사건의 본질을 감추려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고, 한인 단체들도 증오범죄 혐의를 적용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당 사건을 브리핑하던 한 경찰 대변인의 발언도 분노를 가중시켰다. 사건을 수사하는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의 제이 베이커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에 대해 "그는 완전히 지쳤고 일종의 막다른 지경에 있다"며 "(총격을 저지른) 어제는 그에게 정말 나쁜 날(a really bad day)이었다"고 말했다. 아시아계 여성들을 상대로 총을 난사한 롱이 겪은 하루가 그저 '나쁜 날'에 불과했다는 뉘앙스로 발언한 것이다.

▲미국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유행하면서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유행하면서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코로나19 이후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 증가…11개월 동안 '3795건'

미국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유행하면서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증오·극단주의연구센터(CSUSB)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워싱턴DC와 뉴욕주 뉴욕시,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16개 주요 도시의 아시아계 증오범죄가 재작년 49건에서 작년 122건으로 149% 증가했다. 전체 증오범죄가 같은 1년 사이에 7% 감소한 반면 아시아계 증오범죄만 늘었다.

18일 아시아계 이민자를 위한 이익단체인 'AAPI(아시아·태평양계) 증오를 멈추라'가 최근 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9일부터 올해 2월 28일까지 이 단체에 보고된 아시아계 증오범죄는 3795건이었다. 사건 유형은 '욕설과 언어희롱'이 68.1%로 가장 많았고 아시아계를 피하거나 꺼리는 행동을 보인 경우는 20.5%로 그다음이었다. 폭행은 11.0%였고 '침을 뱉거나 기침을 했다'라는 경우는 7.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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