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떨어졌다고 현금 보유하면 '낭패'

입력 2009-01-12 10:58 수정 2009-01-1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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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 매도 시기 일치해야 실패 가능성 줄여

#전문

명문대학을 나와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일류 대기업에 다니는 서모씨(38)는 재테크에도 남다름 재능을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 주식 투자에서도 '재미'를 본데다 '브릭스' 펀드를 통해서도 쏠쏠한 재미를 봤다. 서씨가 남들에게 자랑하는 재테크 비법은 실로 간단하다. 치고 빠지는 법을 알고 있는 것이다. 서씨는 자신의 비법을 소개할 때 주식 투자의 가장 원초적인 명언인 '쌀때 사서 비쌀 때 팔아라'부터 강조한다.

#본문

서씨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이 원칙에서 좀더 진보한 생각을 했다. 바로 '무릎선에 사서 어깨선에 팔아라'이다. 이 원칙은 단순하지만 이를 잘 지키면 손실은 없다. 이 것이 서씨의 철썩같은 믿음이다.

실제로 서씨는 올초 금융위기 설이 나올때 주식은 모두 접었다. 그리고 펀드는 작년 말에 이미 손을 털고 나왔다. 그래서 올 하반기 전국을 강타하고도 1년 이상 더갈 것으로 전망되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여파도 받지 않았다.

서씨가 다음으로 고려한 것은 부동산이다. 부동산 역시 쌀때 사고 비쌀때 팔아야 한다는 '원칙'을 준용했다.

서씨가 경기도 산본신도시에 집을 산 것은 지난 2006년. 이른바 판교신도시 후광효과가 전 남부 수도권을 휘몰아칠 때 충분히 오를 것이란 희망을 갖고 살기에도 그럭저럭 괜찮은 산본 신도시의 한 27평형 짜리 아파트를 하나 샀다.

당시 이 아파트는 1억8000만원. 평당 600만원이 겨우 넘는 아파트지만 서씨는 1년전만 해도 1억4000만원에서 3년째 머물던 이 아파트가 2006년 들어서지 마자 3000만원이나 올라버린데 대해 자신의 '감'을 밀어넣은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 서씨가 집을 사자 이 아파트는 곧장 2억원을 돌파했고, 이듬해인 2007년 봄이 되자 1.13대책에 따라 타지역에선 찾아볼 수 없던 봄 성수기까지 타면서 일약 2억3000만원을 넘어섰다. 서씨는 집을 산지 1년도 안돼 무려 5000만원을 벌게 된 셈이다.

자신의 천부적인 감을 믿었던 서씨는 2007년 이후 부동산 시장 안정기가 돌아오자 고민을 했다. 봄에 2억3000만원을 넘어섰던 이 집은 더이상 오를 생각도 않는데다 더 기다렸다간 집값이 하락하는 시기가 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리고 집을 살때 얻었던 6000만원의 대출도 실 주택대출금리 8% 시대에 불안하기 그지 없었다. 드디어 2008년이 들어서자 서씨는 장고(長考) 끝에 집 매각을 결정했다. 펀드와 주식을 정리하면서 서씨는 차제에 부동산까지 정리해 현금을 보유하는 쪽으로 생각을 굳힌 것이다.

2억3000만원에 집을 정리하면서 서씨는 양도소득세는 1200만원 냈다. 그리고 1년 동안 대출이자만 약 450만원을 냈다. 그래도 복비, 이사비 등을 제외해도 서씨는 1억원을 투자해 1년 새 3300만원을 번 셈이니 수익률만 따지면 33%란 무시무시한 성적을 거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때부터다. 우선 서씨가 판 집은 더이상 떨어지지 않고 있다. 아니 떨어지긴 했다. 갑자기 2억4000만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2억3000만원이 됐으니 떨어지긴 한 것이지만 서씨가 '안도' 하는 수준은 아니다.

여기에 금리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기준금리는 이미 초저금리 시대 수준인 3.0%까지 떨어진 상태며 주택담보대출금리는 끄떡없지만 예금금리는 바닥을 기고 있다.

그리고 서씨는 여전히 무주택자라는 점이다. 산본 집을 팔아 돈을 벌긴 했지만 서씨는 언제까지고 전세를 전전하고 살긴 싫었다.

그러려면 집을 사긴 사야하는데 20평형대에서 30평형대로 점프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서씨가 사고 싶어하는 집은 한 곳도 떨어진 곳이 없기 때문이다.

강남 아파트가 반토막이 났다고는 하지만 서씨의 재산으론 반토막이 아니라 1/3토막이라도 강남 아파트를 살 재간은 없다. 결국 서씨는 더 많은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야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서씨는 금융위기와 미분양 파동, 건설사 위기 등으로 집값이 더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웬걸. 서씨의 가정도 긴축에 나서야할 판국이다. 다같이 안좋은데 서씨 혼자만 경제 사정이 낫길 바라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부동산에 투자할 때 가장 혼동하기 쉬운 것이 바로 '쌀때 사서 비쌀때 되팔아라'이다. 이 명언은 어느 투자상품에나 적용되는 말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 것은 투자 상품에만 적용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1주택자에게 주택은 투자상품이 아니다. 집은 주식과는 달리, 반드시 있어야하는 필수품이며, 전세집을 전전하며 살고 싶어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는. 매입이 필요한 상품이기도 하다.

주식은 호황기든 불황기든 오르는 상품이 있으면 내리는 상품도 있다. 하지만 부동산의 대부분의 경우 상승, 하락 주기를 반복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대부분의 경우 오르기는 하지만 떨어질 땐 보수적인 '하방 경직성'을 가진 한계재(限界財)라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즉 주택을 쌀때 사서 비쌀때 팔자는 생각은 어설픈 투자 상식을 적용하는 것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말한다. 집은 반드시 매수, 매도 시기를 일치하라. 그것이 성공이 아닌 실패 가능성을 줄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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