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국가'들의 경우 노동 유연성과 노동 생산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2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통계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연간 근로시간이 가장 짧은 덴마크, 노르웨이, 네덜란드의 평균 근로시간은 1396시간이다. 평균 1인당 국민총소득은 6만187달러다. 한국은 이들 국가보다 1.4배 더 일하면서 소득은 3만2115달러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한경연은 이들 국가의 특징으로 △높은 고용률 △높은 노동 생산성 △높은 노동 유연성 △시간제 근로 활성화 △높은 수준의 인적 자원을 꼽았다.
이들 국가의 평균 고용률은 76.4%로 한국(66.8%)보다 9.6%포인트 더 높다. 네덜란드와는 11.4%포인트 차이다. 한국이 네덜란드 수준으로 고용률을 끌어올리려면 일자리 약 418만6000개를 더 만들어야 한다.
시간당 노동 생산성은 노르웨이가 84.3달러로 한국(40.5달러)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이들 국가 평균은 73.3달러다. 한국 노동 생산성은 OECD 36개국 가운데 30위로 하위권이다.
노동시장 경쟁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WEF 노동 유연성 평가에서도 크게 뒤처진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 54.1점으로 OECD 37개국 중 35위다. 이들 국가의 평균 점수는 68.9점이다.
이들 국가는 시간제 근로 비중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는 37.0%가 시간제 근로다. 한국(14.0%)보다 2.6배 더 높은 수준이다.
또 이들 국가는 인적 자원 경쟁력이 높다. WEF 인적 자원 기술 부문 점수는 평균 84.6점으로 74.0점인 한국보다 앞섰다.
재정을 투입하는 일자리 지원 방식도 차이를 보였다. 한국은 일자리 창출 예산이 GDP 대비 0.15%다. 이들 국가보다 높은 수준이다.
반면, 직업훈련 예산은 0.03%에 불과하다. 덴마크는 직접 일자리 창출 예산이 거의 없는 대신 직업훈련 지출 비중이 GDP 대비 0.39%를 차지한다.
한경연은 이들 국가가 적게 일하고 많이 벌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으로 '노동시장 개혁을 통한 노동 유연성 확보'를 꼽았다.
네덜란드는 1982년 바세나르협약을 통해 노동계가 자발적으로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근로시간을 단축했다. 30시간 미만 시간제 고용도 활성화했다. 네덜란드는 이후에도 1993년 신노선협약, 1995년 유연안정성협약 등을 발판 삼아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구해 왔다는 설명이다.
독일은 2003년 하르츠개혁으로 미니잡(월 소득 450유로 이하)과 미디잡(월 소득 450~1300유로) 등 탄력적 일자리를 창출했다. 근로자 파견법상 규제를 폐지하고 해고금지 규정을 완화하기도 했다. 실업급여 최장 수급 기간은 32개월에서 18개월로 단축했다.
덴마크, 노르웨이도 노사 간 신뢰를 토대로 장기적인 개혁을 추진해 왔다. 덴마크는 1998년 제3차 노동시장개혁을 통해 실업자 고용 촉진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직업훈련의 질을 높였다.
노르웨이는 노사분쟁이 발생할 때 거쳐야 할 절차들을 정해 다른 나라보다 합의 문화를 일찍 조성했다.
한편, 한국에서는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산업이 '금융ㆍ보험업'으로 조사됐다. 금융ㆍ보험업은 전체 월 임금 총액 372만 원의 약 1.6배인 593만 원이었다. 월 근로시간은 9시간 짧았다.
반면, 숙박ㆍ음식점업은 전체 월 임금 총액의 63%인 234만 원이면서도 약 12시간 더 일하고 있다.
한국은 OECD 34개 국가 중 6번째로 자영업자 비중이 높다. 한경연은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영세 업종에 있는 종사자들이 양질의 임금 노동시장이나 생산성 높은 분야로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투자 활성화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고 고부가가치 업종으로 전환하도록 맞춤형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