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출산율 저하와 주요국 인구 감소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일본과 프랑스, 스페인 등 다수 국가에서 출생아 수 감소율이 10~20%에 달했다. 감소율이 이보다 더 큰 지역도 있어 전 세계 출산율 하향 추세가 가팔라지는 분위기다.
중국 본토의 최신 데이터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홍콩에서 1월 출생아 수는 전년 동기 대비 56% 급감했다. 대만도 23%나 줄어들었다. 이미 저출산·고령화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과 일본도 같은 기간 각각 6.3%, 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유럽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앙지였던 이탈리아에서는 12월 출생아 수가 22% 감소했다. 스페인은 올해 1월 20%, 프랑스는 13% 줄어 1975년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라는 전례 없는 공중보건 위기와 그에 따른 사회·경제적 불확실성이 출산을 꺼리게 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코로나19 환자들이 붐비는 병원에서 아이 낳기를 꺼린 많은 예비 부모들은 출산 계획을 연기하거나 보류했다.
인구 감소는 경제 성장을 억제해 국가의 재정 및 사회 안전망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에 주요 국가들은 인구 감소 추세를 뒤집기 위해 각종 정책을 도입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탈리아는 올해 7월부터 아이 한 명당 월 250유로(약 34만 원)의 용돈을 21세까지 지급할 예정이고,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어린이 관련 정책을 독립적으로 맡을 정부 조직 ‘어린이청’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각국 정부의 이러한 노력도 저출산 추세가 장기화하고 고착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특히 팬데믹이 선진국들의 출산율 저하를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요 2개국인(G2) 미국과 중국도 저출산 가속화 및 인구 쇼크 문제에 있어 무풍지대가 아니다. 그리고 인구 감소는 양측의 패권 경쟁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닐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인구조사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인구는 3억3100만 명으로 10년 전보다 7.4% 증가했다. 이는 1940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닛케이아시아는 “미국이 지난 10년 동안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느린 인구 증가율을 기록했다”며 “이 같은 둔화는 가뜩이나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심각한 패권 도전에 내몰린 상황에서 닥쳤다”고 평가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해 미국의 신생아 수가 360만 명으로 전년보다 4% 줄었다”고 밝혔다. 이는 연간 감소폭으로는 거의 50년 만에 최대치다. 지난해 가임 여성 1000명당 출생아 수는 56명으로 100여 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역시 지난 1959년 대약진 운동에 따른 대기근으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후 처음으로 인구가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사전 입수한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중국 인구가 14억 명 이하로 줄었다”며 “사안의 심각성과 민감성으로 중국 당국이 원래 자료를 공개해야 할 시점을 넘겨 발표를 보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인구대국인 중국 인구가 14억 명을 밑돈 것은 60년 만에 처음이다.
이에 따라 미국이 인구쇼크로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도 있다는 분석과 중국도 감소 추세가 계속될 경우 안심할 수 없다는 관측이 동시에 나온다. 닛케이아시아는 “G2 패권 경쟁의 최종 승자는 인구 증가의 직접적인 혜택을 받는 쪽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