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서대문구 고은초등학교에서 만난 디지털튜터 윤진섭(34) 씨는 온라인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 옆을 지키며 진도에 맞게 지도했다. 그는 "산만하다고 잘못된 건 아니죠. 관심을 갖고 지도해주면 변하는 게 보여요"라며 밝게 웃었다.
올해 3월부터 서대문구 33개 학교에 120명의 디지털튜터가 근무 중이다. 디지털튜터는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을 원활하게 들을 수 있도록 활용법 등을 지도하고 교사들이 비대면 수업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영상 제작을 돕는 보조 역할을 한다. 청년 일자리도 창출하고 디지털 교육의 질을 높이려는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의 구정 철학이 그대로 녹아있는 사업이다.
이곳에서 만난 문 구청장은 "원격수업을 위한 장비가 디지털 교육을 위한 하드웨어라면 디지털튜터는 소프트웨어"라고 말했다.
지난해 서대문구는 예년보다 두 배 이상 많은 100억 원의 교육경비 보조 예산을 지출했다. 학교별로 디지털 교육이 가능한 스마트칠판, 무료 와이파이, 학생용 태블릿PC 등을 지원했다.
문 구청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병하기 전부터 디지털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교육이 4차 산업혁명으로 가기 위해 디지털화는 필수"라며 "스마트스쿨을 만들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구청장은 코로나19 원격수업 이후 긴급돌봄으로 학교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지도하고 교사의 영상편집 등 원활한 비대면 수업 진행을 돕는 보조교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서대문구는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시범사업을 통해 6개 학교에 28명의 디지털튜터를 파견했다. 학교 교사들과의 면담 및 참여 강사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대문구는 올해 1월 만 18세 이상에서 만 39세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디지털튜터를 모집했다. 능력을 꼼꼼하게 살펴보기 위해 응시자 개인이 자체 제작한 녹화영상으로 면접을 보는 등 검증된 튜터를 뽑기 위해 노력했다. 또 인건비 등 모든 관리는 서대문구가 책임진다. 문 구청장은 "학교에서 뽑아 관리까지 책임지려면 빨리 공급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디지털튜터는 주 5일(월~금) 근무하며 하루 기준 3시간과 6시간 근무 중 선택할 수 있다.
취업준비생인 윤 씨는 하루 3시간 근무를 선택했다. 그는 "내가 사는 동네 학교에서 일하니 가까워 좋다"며 "적은 시간이지만 생활에 보탬도 되고 나머지 시간은 취업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사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디지털튜터를 담당하는 맹원우 고은초등학교 교사는 "학교에 예산만 내려보내고 알아서 하라고 하면 행정적 업무로 수업이 힘들어질 수 있다"며 "면접부터 채용까지 검증된 분들이 와서 수업에 필요한 부분을 바로 도와주니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문 구청장은 코로나19가 사라져도 이 사업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아이들이 소득 격차 관계 없이 디지털 교육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청년들에게는 이력에 도움이 돼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튜터분들과 담당교사 만족도가 높고 아이들도 잘 적응하는 거 같아서 고맙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